“아무래도 지금처럼 연예인의 파워가 커지기 전, 연예기획사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땐 지금처럼 연예 매체가 많지 않아 보도되지 않고 조용히 묻힌 연예인 스캔들이 많았다. 소속사인 만큼 스캔들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이를 막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나중에는 이를 빌미로 해당 연예인을 옭아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다 지난 얘기로 2000년대 이후 연예계가 산업화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요즘엔 너무 연예 매체가 많아 조용히 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그런 것으로 협박하며 옭아매면 연예인도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정면 대응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그런 일이 법정까지 가서 시끄러워지면 연예인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겠지만 동정론이라도 기댈 수 있는데 거기 얽힌 연예기획사 대표는 외통수에 몰리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연예인들에게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어느 정도 레벨에 오른 스타급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에서 일정 부분 해당 스타의 가족들까지 커버한다.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가족을 잘 챙기지 못하는 스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경조사를 비롯한 가족의 일을 소속사에서 대신 챙겨주는 일이 많은 것. 당연히 수년 동안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소속사와 스타의 가족 사이에도 상당한 친분이 생기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소속사는 해당 스타의 가족사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아니 해당 스타보다 더 그의 가족에 대해 잘 아는 매니저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다. 이런 부분이 바로 스타들에겐 상당한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중견 매니저는 최근 불거진 신은경 가족사 논란이 연예계에 상당한 파장을 남겼다고 설명한다.
“전 소속사와 연예인의 분쟁에서 이처럼 가족사가 화두가 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렇지만 신은경 논란은 가족사가 중심입니다. 물론 전 소속사가 직접 신은경 가족사를 폭로한 것은 아니지만 양측의 분쟁이 그 시작이었으니까요. 특히 연예인들이 매우 관심 있게 이번 사안을 보고 있습니다. 사실 어느 연예인이나 가족사를 일정 부분 매니저나 소속사와 공유합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언젠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이번 신은경 가족사 논란을 통해 드러난 것이니까요. 지금은 가족처럼 각별한 사이인 만큼 매니저와 실제 가족의 일도 마음 터놓고 얘기하며 지내는 스타들이 언젠가 그런 가족사로 인해 매니저나 소속사에게 약점을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젠 연예인들, 아니 신인들도 그 정도는 다 압니다. 지금은 정말 각별한 연예인과 매니저 관계지만 언젠가 그 관계가 뒤틀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내밀한 사생활까진 공유하지 않으려 하는 연예인이 많은데 이제 가족사가 언젠가 자신의 덜미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최근에는 한 주연급 여자 연예인의 부친이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해당 연예인의 부친은 사기 전과가 여럿 되는, 소위 전문적인 사기꾼이라는 점이다. 물론 부친의 범죄 행위나 전과기록이 연예인의 활동에 공식적으로 제약이 될 까닭은 없다. 그렇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계에선 또 다른 얘기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의 얘기다.
“나는 여자 연예인의 아버지가 사기 혐의로 잡혔다기에 A 얘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 친구 아버지도 사기꾼이었으니까. 어린 나이에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던 A는 한참 잘나갈 수 있을 때 몇 년을 쉬었다. 그 친구가 막 떴을 때 A의 아버지가 여기저기서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 그 때마다 자기가 A의 아버지라는 점을 악용했다. 그때도 A의 실명까지 보도되진 않았지만 이미 소문이 상당히 나버린 터라 몇 년을 쉬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아버지 사건이 잊히며 새로운 소속사에서 활동을 재개하려 하는데 이미 전속계약 기간도 끝난 전 소속사가 발목을 잡았다. 자신들도 A의 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했었다며 당장 재계약을 안 하면 모두 폭로하겠다며 협박했던 모양이다. 결국 A는 연예계 컴백을 포기하고 다시 몇 년을 쉬었다. 그러다 어렵게 활동을 재개해 요즘 자주 얼굴이 보이는데 또 그 아버지가 문제를 일으켰나 싶어 깜짝 놀랐는데 다른 여자 연예인이라 (A를 생각하면) 다행이면서도 (이번에 연루된 여자 연예인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