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만수 | ||
사실 아내는 야구를 쥐뿔도 모른다. 남편이 축구는 아니고 야구해설로 먹고산다는 정도만 안다. 하지만 박철순은 잘 생겼고 원년 우승도 했고, 최동원은 시원한 투구동작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렀고, 이만수는 홈런 잘 치고 또 홈런을 칠 때마다 펄쩍펄쩍 뛰던 선수란 것도 안다.
그런데 요즘 스타선수 이름을 말하면 “어느 팀 선수야? 그 선수 잘해? 어떻게 생겼어?”라고 묻다가 심지어 은퇴한 선수까지 들먹이며 “그 선수는 왜 안나오냐”고 묻곤 한다. 아내가 야구를 모르는 것을 까발리자는 뜻이 아니라 요즘 프로야구에는 간판스타가 없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이제 프로야구가 시즌 30%정도를 소화했다. 권투로 말하면 탐색전이 끝났다. 지금부터는 죽기살기로 치고 받고 싸워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를 기죽일만한 ‘대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프로야구에는 그런 ‘대빵’이 없다. 한마디로 싸움은 잘하지만 선봉에 세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팀의 간판스타는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팀에서 인정하고 팬들이 알아준다. 설사 병살타를 치고 마운드에서 10점을 내줘도 ‘다음 번에 잘하겠지’하고 기대를 한다. 그 기대는 팀을 이끌고 나가라는 응원의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간판선수가 야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동료가 어려울 때, 특히 코칭 스태프에게 불만이 있을 때 변호인 역할도 하고 가끔 코치에게 대들기도 했다. 하소연 수준이더라도 후배가 보기에는 영웅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야구경기에서도 의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0으로 이기고 있어도 자기가 2루 주자일 때 후속타자가 안타를 치면 홈까지 ‘X나게’ 뛰어 들어야 한다. 승패를 떠나 안타 친 선수를 위해서라도 아무리 피곤해도 뛰어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요즘 스타 또는 팀의 리더라는 선수를 보면 ‘오늘 경기는 이기겠구나’ 판단됐을 땐 다른 선수가 안타를 쳐도 어슬렁어슬렁 뛰어다닌다. 또 그 선수는 안타를 잘 치고 홈런을 잘 치지만 진루타에는 관심이 없다.
경기를 이기려면 안타 홈런도 필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희생정신이 필요한 진루타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간에 “저 선수도 팀을 위하는데 우리도 한번 해보자”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팀에는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분명히 필요하지만 저 혼자 잘하고 자기만 챙기는 선수는 팀에 이득이 아니라 민폐만 끼칠 수 있다. 개인의 스타성보다는 의리와 책임감 있는 선수가 ‘영양가’로만 따져도 훨씬 실익이 된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