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2015년 KIA 타이거즈 개막 전에서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왼쪽 사진은 솔로 음반 <아이(I)>를 발표한 소녀시대 태연.
# 소녀시대…‘쾌청’ 그러나 ‘안개 주의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걸그룹이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명실상부 ‘톱’으로 인정받는 단 하나의 팀은 8인조 소녀시대다. 멤버 제시카의 탈퇴, 이후 몇몇 멤버들의 열애 스캔들의 여파로 한때 사생활로 더 화제를 모았지만 여전히 소녀시대는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여유 있게 그 상황을 즐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변화와 부침이 많은 걸그룹의 세계에서 언제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 ‘대항마’가 등장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소녀시대의 선택은 멤버들이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솔로’ 주력이다. 최근 태연이 그룹 멤버로는 처음솔로음반 <아이(I)>를 발표해 온라인 음원차트는 물론 TV 음악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데 힘입어 티파니를 비롯해 또 다른 멤버들 역시 솔로음반 발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소녀시대는 일본과 중국에서 단독으로 투어 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춘 유일무이한 걸그룹으로 꼽힌다”며 “그룹 전체가 아시아 투어에 집중하고, 그와 동시에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순차적으로 벌이면서 소녀시대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녀시대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연기, 프로그램 MC, 라디오 진행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걸그룹에게 ‘롤 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윤아와 수영은 연기에 주력하는 상황. 특히 윤아는 1월 21일부터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방송하는 60부작 드라마 <무신조자룡>의 여주인공으로 대륙의 시청자와 만난다. 동시에 현빈이 주연을 맡은 영화 <공작>의 여주인공으로도 발탁돼 스크린 데뷔도 앞두고 있다.
섹시미·청순미를 함께 갖춘 AOA(왼쪽)와 다양한 연령대에 사랑받는 EXID는 ‘대세’를 굳힌다는 각오다.
# AOA·EXID…‘안개’ 걷히고 ‘햇볕’ 예고
소녀시대의 자리를 위협하는 ‘투톱’으로 꼽히는 AOA와 EXID의 맹공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올해 가요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과연 어느 그룹이 소녀시대의 자리를 이어받을지 여부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AOA와 EXID. 지난해 다양한 활약을 펼치면서 가요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올해는 그 인기를 ‘굳힌다’는 각오다.
먼저 AOA는 섹시한 매력과 청순한 모습을 모두 갖춘 이중적인 이미지로 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2012년 데뷔해 2015년 내놓은 노래 ‘심쿵해’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세 걸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멤버인 설현의 유명세가 AOA를 더욱 주목받게 한다. 설현은 현재 연예계가 주목하는 핫스타다.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광고계에서도 이미 블루칩으로 통한다.
‘역주행 신드롬’을 만든 EXID 역시 올해 정상 굳히기에 나선다는 각오다. 여느 걸그룹과 비교해 다양한 연령대에서 쌓은 인지도가 EXID의 최대 강점으로 통한다. AOA와 같이 지난 2012년에 데뷔한 이들은 실력을 인정받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이들의 공연 모습을 한 팬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명세를 얻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발표했을 때 인정받지 못한 노래 ‘위 아래’가 뒤늦게 인기를 끌면서 가요계에 처음으로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EXID는 ‘위 아래’로 모은 관심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2015년 여느 그룹보다 활발히 활동했다. 4월에 새 노래 ‘아 예’를 내놓았고 7개월 만인 11월에 신곡 ‘핫 핑크’를 또 발표했다. ‘핫 핑크’를 출시하면서 EXID는 “그룹 활동 전반으로 본다면 아직까지는 ‘대박이 났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위치”라고 짚으면서, 아직 올라갈 곳이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 여자친구…확산되는 ‘태풍’
1년 동안 수많은 걸그룹이 등장하고, 또 소리 없이 사라진 2015년 가요계에서 단연 주목받은 신예는 여자친구다. 그룹 이름부터 한 번 들으면 쉽게 잊기 어렵다. 이들이 공략하려는 타깃 역시 확실하다. 여성 팬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듯, 남성 팬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연예계에서는 여자친구를 소녀시대의 데뷔 시절과 비교하는 의견이 많다. 소녀시대가 지녔던 청순한 ‘소녀’의 이미지를 이어받을 ‘적임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세밀한 동작까지 맞춰 춤을 추는 이른바 ‘칼 군무’ 역시 데뷔 초 소녀시대와 겹친다.
여자친구의 인기는 수상 성과로도 이어진다. 이들은 음원판매 실적으로 수상자를 가리는 음악 시상식인 ‘멜론뮤직어워드’에서 2015년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쟁쟁한 경쟁자가 어느 해보다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자친구의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여자친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배경은 노래의 완성도에 있다. 신인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데뷔곡 ‘유리구슬’은 물론 두 번째 내놓은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연속해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아무리 화려한 안무와 외모를 갖췄다고 해도 노래가 대중을 사로잡지 않으면 그룹의 생명력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여자친구는 2015년 데뷔한 신인그룹 가운데 ‘동급 최강’의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