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24일 오후 폴란드대표팀 캠프가 차려진 대전 삼성 화재연수원 대강당에서 폴란드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려 는 내외신 기자들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특별취재단 | ||
자기 집 같지는 않겠지만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정 붙일 곳은 숙소 밖에 없다. 서울에 숙소를 잡은 대표팀도 많지만, 지방에 있는 파라과이 세네갈 덴마크 남아공 터키 폴란드 브라질 등의 대표팀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5월28일 오후 5시나 돼서야 한국에 도착한 파라과이대표팀 선수들이 짐을 푼 곳은 부산 메리어트호텔. 한국 대표팀이 부산에 머물 때 자주 이용해 ‘대표팀 전문 호텔’로 알려진 곳이다.
이 호텔 홍보팀장은 “파라과이 선수들은 대체로 매너가 좋다. 파라과이 요리사가 따라왔지만 음식은 대체로 가리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골키퍼인 칠라베르트 선수가 끼니마다 생과일 멜론주스를 몇 잔씩 요구하는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다”며 선수들의 매너에 좋은 점수를 줬다. 입국 첫날 호텔에 밤 11시가 돼서야 도착하는 바람에 호텔 직원들이 거의 밤을 새워야 했다고.
파라과이팀은 이 호텔에 50개 정도의 방을 한꺼번에 예약했다. 이들이 예약한 호텔방은 가장 싼 방이 1박에 24만원. 가장 비싼 방인 스튜디오 스위트룸(65만원)을 폴란드 축구협회 관계자가 사용하고 다음으로 비싼 40만원짜리 방을 체사레 말디니 감독과 특별대우를 받는 칠라베르트 골키퍼가 차지했다.
한국대표팀도 이 호텔에 자주 와서 묵었는데 그때마다 경기에서 진 적이 없다고 한다. 그 행운이 파라과이팀에게도 16강 진출을 안겨줄지 의문이다.
덴마크대표팀은 지난 27일 입국해 남해시 스포츠파크호텔에 캠프를 차렸다. 덴마크팀이 들어올 때 호텔 앞에 6백 명의 환영인파가 몰렸고 뒤이어 선수들과 관계자 등 2백50여 명이 참가하는 만찬이 벌어지는 등 지역주민들로부터 대대적인 환대를 받았다.
덴마크축구협회 한샘 짐 사무총장은 “매우 인상적인 환영을 받았다”며 “월드컵을 준비하기에 가장 적합한 캠프를 찾은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하지만 신설 호텔이라 시설이나 서비스가 안정돼 있지 않은 탓인지 덴마크팀은 어느 팀보다 요구사항이 많아 호텔 직원들을 당황시켰다. 선수들은 커튼 색깔이 너무 밝아 잠을 잘 수가 없다며 교체를 요구했고 파리가 호텔방에 날아들어오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호텔 관계자는 “사실 호텔이 지난 18일 오픈했다. 페인트 냄새가 남아있어 창문을 자주 열어두는 바람에 파리가 들어오기도 한다. 아직 방충망이 없어 방충제로 대신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선수들의 고충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대체로 매너가 좋은 편. 그러나 선수들을 대신해 팀의 주무가 아침마다 6명의 통역원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항의를 해댄다고. 덴마크팀이 좋은 방을 다 차지하고 있는 데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변 검문이 심해 일반 손님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지난 5월27일 전용훈련장인 울산 미포구장에 입장하는 브라질팀 선수들이 폴리스라인을 사이에 두고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특별취재단 | ||
주민들의 환대와 숙소 여건에 만족해하던 폴란드팀은 그러나 27일 성남 일화와의 평가전 뒤 충격을 받았는지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연수원 관계자는 전했다. 폴란드 감독은 30일 연수원 내의 CCTV의 테이프가 히딩크 감독에게 전달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주위를 당혹시키기도 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솔직히 CCTV는 원래부터 보안용으로 있던 것이며, 현재는 이곳의 보안 일부를 국정원팀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CCTV를 끄거나 해체할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폴란드 선수들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워낙 좋아해 하루에 선수당 열 잔 이상을 마신다고 한다. 연수원측이 준비한 커피 외에도 팀 자체적으로 각자의 기호에 맞게 커피를 준비해 왔다는 것.
기본적인 음식은 90% 정도 연수원이 준비한 것으로 제공하지만 폴란드 특유의 소스 몇 가지는 선수단이 직접 가져온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삼성연수원은 방 하나에 하루 8~10만원씩을 받고 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연수원에 머물고 있는 터키대표팀은 다른 어느 나라 팀보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터키는 한국전 때 1만4천여 명의 병사를 파병한 우방. 터키인들은 한국인들을 ‘코렐리’라 부르며 지금도 형제국가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연수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파병 역사 때문인지 약간의 우월감도 갖고 있는 듯 했지만 한국이 터키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고 금방 태도를 바꾸더라”며 “그래도 외국인 특유의 거만함은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터키팀에 대해 우호적이다. 훈련장인 강동구장까지 과속방지턱이 너무 많아 선수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알고 울산경찰서는 5.5km 구간에 있는 방지턱을 모두 치워주었다.
이에 비하면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꺾어 이변을 일으킨 세네갈대표팀은 좀 황당한 편. 세네갈팀은 당초 경북 경산시의 새한연수원을 베이스 캠프로 계약했으나 방이 좁고 침대가 작다는 이유로 하룻밤만 지내고 캠프를 옮겨버렸다.
연수원 관계자는 “세네갈 축구협 임원이 직접 방문해 결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 황당하다. 하지만 금전적 손실은 월드컵숙박사업단에서 해결할 일이다”고 말했다.
세네갈팀은 한국으로 오기전 머문 일본에서 이미 세네갈 캠프 실행위원회 사무처장이 업무과로를 호소하며 자살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팀. 선수 대다수가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프로선수들인 탓인지 까다롭다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런 반면 연봉이 수억원이나 되면서도 금은방에서 30만원짜리 목걸이를 훔쳐 망신을 당한 선수도 바로 세네갈팀 소속이다. 연수원 관계자는 “그 선수가 좀 무뚝뚝하지만 매너는 좋았는데”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등 초특급 스타 선수들이 몰려 있는 브라질대표팀은 울산 현대호텔에 캠프를 차리고 세계 제일답게 기자들의 취재와 팬들의 환호에 공개훈련으로 답하고 있다.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선수도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호텔 관계자는 “훈련만으로 피곤할 텐데 새벽 1시까지 노래방에서 나올 줄 모른다. DDR도 열심히 하고 마치 아이들같이 천진스러워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스콜라리 감독의 외출금지 명령 때문에 호텔 안에서 더 잘노는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