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때 2승을 올리고도 4강전에 오르지 못해 탈락한 아픔을 갖고 있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 멕시코 호주와 같은 조에 속했다. 그런데 첫 경기였던 프랑스에게 0 대 5로 대패를 당한 것이 결정타였다.
이후 멕시코를 2 대 1, 호주에게 1 대 0으로 이겼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서 0 대 3으로 패한 것이 빌미가 되어 2승1패를 기록하고도 2회전에 오르지 못했다. 두 대회에서 모두 첫 상대를 잘못 만났다고 볼 수 있다.
94년 미국월드컵축구대회 E조에서는 희한한 케이스가 벌어졌다. 당시 E조에는 이탈리아 노르웨이 아일랜드 멕시코가 속해 있었는데 4팀이 약속이나 한듯 모두 1승1무1패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월드컵 때는 6개조 가운데 4개조에서 3위팀이 와일드카드를 받아 16강에 진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골 득실을 가린 결과 멕시코가 3득점 3실점으로 1위, 아일랜드와 이탈리아가 똑같이 2득점 2실점을 기록해 공동 2위로 16강에 올랐다.
노르웨이는 1득점 1실점으로 4위가 돼 억울하게도 탈락했다. 노르웨이는 4팀 가운데 가장 적은 실점을 했지만 득실점차가 같을 경우 ‘다득점 우선’의 원칙이라는 룰에 따라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 D조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와 폴란드 포르투갈 미국 가운데 포르투갈을 제외한 3팀은 서로 물고 물릴 가능성이 많다. 만약 포르투갈이 3승을 거두고 나머지 3팀이 서로 물고 물려 1승2패씩을 기록한다면 앞서 미국월드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3팀의 득실차를 따지게 된다.
즉 같은 1승1무1패의 전적이라도 5득점 4실점을 당한 팀이 4득점 5실점을 당한 팀보다 당연히 앞선다. 그리고 같은 득실점 즉 4득점 4실점이 3득점 3실점보다 앞서는 것이다. 따라서 무승부를 하더라도 0 대 0보다는 1 대 1, 2 대 2 등 일단 스코어가 많이 나는 무승부가 유리하다.
또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처럼 2승을 올리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즉 세 팀이 2승1패를 기록하고 한 팀이 3패를 당할 경우 2승1패를 기록한 3팀은 서로 공방률을 따지게 된다. 그럴 경우에도 득실차를 고려한다. 그러니까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2승(1패)을 올리고도 탈락할 수 있고, 2패(1승)를 당하고도 올라가는 경우가 생긴다.
3무승부나 1승2패의 경우 승점 3점은 똑같지만 3무승부가 1승2패보다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휠씬 높다. 3무승부는 비록 승점이 3점에 그쳤어도 대신 상대한 세 팀에게 승점 3점만 내준 셈이다. 그러나 1승2패는 자신은 승점 3점밖에 얻지 못하고 다른 두 팀에 승점 6점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4팀간의 공방을 따져 상위 두 팀이 2회전에 진출하는 현행 월드컵 본선 방식에서는 한 팀이 3연승을 올리거나 2승1무를 기록하기 전에는 3경기를 모두 마쳐야 2회전 진출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각조의 마지막 2경기는 모두 같은 시간에 열린다.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D조의 최강팀인 포르투갈과 마지막에 붙는 대진이 엄청 유리하다. 만약 미국처럼 포르투갈과 첫 경기에서 맞붙는다면 크게 고전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첫 상대인 미국을 제물로 삼고 두번째 만날 폴란드를 이겨 일찌감치 16강을 확실하게 만든 뒤, 세번째 상대인 한국전은 8강 진출전에 대비한 몸풀기 정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첫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미국을 제물로 삼아 1승을 올리고 마지막 포르투갈 전을 비기는(만약 1승이 필요하면 총력전)작전으로 나간다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전략을 생각할 수가 있다. 그래서 대진운이 중요한 것이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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