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신규상장한 LIG넥스원. 시초가 대비 30% 이상 상승,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 한 해 상장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14개사, 코스닥시장 103개사로 총 117개에 달했다. 연초 전망치(139개)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정보기술(IT) 창업 열풍이 막판으로 치닫던 2002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이름을 새로 올렸다. 2014년(73개)보다 50%나 많은 규모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저금리 여파로 시중자금이 풍부해지자 투자에 목마른 기업들이 대거 IPO에 나섰다.
시장도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 화답했다. 지난 7~10월 4개월 동안 25개 기업 상장에 60조 원의 청약자금이 몰렸다. 2015년 3분기 은행 예금 19조 3440억 원(원화 기준)보다도 3배나 많다. 공모주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549 대 1에 달했고, 전체 공모주 시장도 5조 원대로 성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5년 상반기에 코스닥을 중심으로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며,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중소·중견기업으로서는 적극적으로 IPO에 나서기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수요,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맞물리며 많은 기업들이 IPO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1월 6일 상장한 제주항공은 10월 말 공모주 청약 때 449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7조 3396억 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았다. 갓 상장한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1조 1088억 원(21일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8838억 원)보다 20%가량 많고, 대한항공(2조 395억 원)의 절반이 넘는다.
유전자진단 업체인 엠지메드의 경우 1350.1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2조 원에 가까운 청약증거금을 끌어 모았고, 에이티젠도 1167 대 1의 경쟁률로 1조 9982억 원의 청약증거금을 유치했다. 제약업체 펩트론, 적외선영상센서업체 아이쓰리시스템 등도 1000 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을 독려하기 위해 신규 상장 요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라 기업들의 IPO 행렬은 2016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4000억 원 이상, 매출 2000억 원 이상 기업에만 상장 자격을 주던 것을 앞으로는 시총 2000억 원, 매출 1000억 원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공모주 시장의 냉각은 곧바로 증시 부진으로 이어진다. 주가 상승을 노리고 무작정 공모주에 투자했다가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흥행에 성공해 주당 4만 8100원에 스타트를 끊은 제주항공은 상장 후 9거래일 중 7거래일 동안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최근에는 4만 1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지난 8월 초 상장한 흥국에프엔비는 공모가(2만 원)의 3배가 넘는 7만 원대까지 치솟았으나, 하락을 거듭하며 현재는 3만 4000원선으로 미끄러졌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엔에스쇼핑도 지난 5월 26만 9000원을 고점으로 현재는 19만 원선까지 추락했고, 미래에셋생명·싸이맥스 등도 고점 대비 20~30% 빠졌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아진엑스텍·화인베스틸·신화콘텍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LIG넥스원 아이콘트롤스처럼 시초가 대비 30% 이상 상승, 대박을 친 종목도 있지만, 증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만큼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박영호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 상무는 “확실한 수익률이 기대되는 호텔롯데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다른 공모주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2015년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에 비해 신규 상장 기업이 지나치게 많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중소형주 위주인 공모시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공모주 투자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먼저 공모가가 적정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공모가가 기업이 밝힌 공모 희망가보다 높으면 향후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고, 그 반대라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모가는 시장가격에 비해 할인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015년처럼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서는 공모 희망가가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로서는 공모가가 높을수록 좋고, 주관 증권사 역시 공모가가 높으면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정확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관 증권사가 공모가로 되사주는 ‘풋백옵션제’는 지난 2007년 없어졌다. 증권사들로서는 공모가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어진 셈이다. 또 상장 전 장외거래 가격이 공모가보다 높은 종목은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상장 전 시장가격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기업은 그동안 노출이 안 됐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선별해 투자하기 쉽지 않다”며 “지난 몇 년간의 영업이익이나, 얼마만큼의 성장성이 있는지를 따져 공감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기수익을 노리고 신규청약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상장 뒤 시간을 두고 가격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다. 기업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대한 시장의 적정한 판단이 설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상장 후 거품이 소폭 빠지거나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한 종목을 찾아 저점 매수하라는 조언이다.
김서광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