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해설의 소문난 짝궁인 SBS 신문선 해설위원과 송재 익 캐스터가 지난 4월 한일전에 객원해설위원으로 초빙 된 서정원(맨 왼쪽)과 함께 마이크를 잡고 있다. | ||
명쾌한 목소리의 주인공 강신우 SBS 해설위원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 속에서 방송을 하다보니 극도의 긴장감과 넘치는 흥분 때문에 해설가의 신분을 ‘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특히 한국팀의 경기를 중계할 당시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중계석의 스태프진 모두가 ‘일어섰다 앉았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희비를 만끽했다.
강 위원은 “아까운 찬스를 놓칠 때마다 ON-AIR(방송중) 단추를 건드리는 바람에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그림만 중계된 적이 있었다”면서 “경기장 열기에 절로 ‘업’된 나머지 감독이나 선수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어, 어’만 연발하다 장면이 지나가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깔끔한 말투와 해박한 축구 지식으로 마니아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MBC ESPN의 서형욱 해설위원. 신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월드컵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대결 등 빅 매치를 중계할 정도로 재능을 인정 받아온 그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과거’가 있다.
“지난해 2001년 6월 체코와 북아일랜드 경기였다. 중계를 하면서 3-1로 앞선 체코 선수들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너무나 열심히 뛰어 무척이나 의아했다. 기어이 체코가 종료 직전 한 골을 추가해 4-1을 만들고 경기가 종료됐다. 뭔가 이상했다. 경기 내내 자막이 올라오지 않아 꺼림칙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중 한 골은 이미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것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3-1이었다. 그 일로 담당 PD가 시말서까지 썼다.”
그는 스포츠신문 기자와 TV해설가로 1인 2역을 했던 지난해에는 유독 중계 방송이 시작되면 졸음이 쏟아져 고생했다고 한다. 오후 10시까지 기사 마감을 하고 11시에 시작되는 중계방송을 위해 정신 없이 방송국으로 달려간 적도 허다하다고. 당연히 피곤이 몰려오게 마련. 결국 졸음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스날과 리버풀 경기였다. 그날 따라 아나운서와 내가 동시에 눈을 뜬 채로 졸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스날 선수의 슈팅이 나오자 아나운서가 ‘리버풀의 슛’이라고 했고 멍한 상태였던 나도 ‘리버풀, 아쉽게 득점 찬스를 놓쳤네요’라며 쐐기를 박았다.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에 난리가 났다.”
울산 김정남 감독의 친동생이면서 70년대 후반 국가대표로 활약한 스타 출신으로 현재 i-TV 해설을 맡고 있는 김강남 위원도 아찔했던 ‘과거’를 고백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 때의 일이라고. 선발 라인업이 나오기 전 리버풀 팀을 소개하면서 마이클 오언이 출전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언은 그라운드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단다. 덕분에(?) 방송국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 메일이 엄청나게 쏟아졌다고.
중계를 펑크낼 뻔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새벽 3시에 챔피언스리그 중계가 예정됐는데 그만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만 것. 하늘이 도왔는지 새벽 2시40분에 눈을 뜬 김 위원은 중곡동 자택에서 여의도까지 10분 만에 ‘날아갔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방송국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오프닝 멘트를 생략한 채 아나운서 2명이 말없이 카메라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후문.
풍부한 필드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데다 천부적인 화술을 갖춰 국민적 스타로 자리매김한 베테랑 해설가 신문선 SBS 위원은 연방 “실수란 없다”고 주장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고 방송에 들어가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지난해 5월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지단의 손가락 사인(교체해달라는 의미)을 잘못 해석했다’는 팬들의 지적을 받아야 했다. 신 위원은 이에 대해서 “비디오로 여러 번 분석해봤지만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표현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더 이상의 말을 피했다.
유재영 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