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문제로 문 아무개 씨가 전 남편을 청부살해해 암매장한 사건 현장 모습. 사진제공=충남경찰청
지난 12월 17일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문 아무개 씨(여·63)가 전 남편 윤 아무개 씨(71)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윤 씨 부부는 지난 2014년 3월 합의이혼 했고 이혼에 앞서 그해 1월부터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특히 부인의 이름으로 돼있는 건물이 문제였다. 건물의 매매가는 약 20억 원. 법원은 소유주는 부인이지만 실질적인 경영을 윤 씨가 맡았다는 점 때문에 윤 씨에게도 지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부인은 2014년 4월 민간구급센터 대원 최 아무개 씨(36)를 만나 범행을 의뢰했다. 당시 부인은 경기도 용인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아무도 모르게 평생 못나오는 곳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고 그 대가로 5000만 원을 제시했다. 이를 받아들인 최 씨는 전 직장 동료인 김 아무개 씨(47), 한 아무개 씨(39) 등과 함께 범행을 진행했다. 이들은 그해 5월 12일 윤 씨를 살해한 후 경기도 양주시 소재 야산에 윤 씨를 암매장했다. 경찰은 지난 2015년 7월 윤 씨에 대한 첩보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6개월 동안 추적했다. 결국 범행은 발각됐고 이들은 지난 12월 18일 검찰에 송치됐다.
부인 문 씨는 이전에도 최 씨에게 2000만 원을 주고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부탁했었다. 지난 2013년 7월 이들은 입을 맞춰 화성시에 위치한 한 정신병원에 윤 씨를 강제 입원시켰다. 이에 윤 씨의 동생이 나서서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0월 법원에서 임시 퇴원 결정이 난 상태였다. 윤 씨가 입원한 서류상의 사유는 의처증이었다.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윤 씨가 의처증을 앓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처음부터 부인이 목적을 갖고 계획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정 내 여성범죄자들 중 상당수는 아버지나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 사건과 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나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주요 살인 동기는 바로 돈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남편의 이름으로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고 살해한 뒤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포천 농약 연쇄살인 사건’이다. 경기도 포천시에 거주하는 노 아무개 씨(여·45)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보험금 수령을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이후 재혼한 남편까지 살해했다. 또한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재혼 남편의 시어머니도 살해했다. 노 씨는 음료수나 음식에 맹독성 제초제를 몰래 넣어 이들을 사망케 했다. 노 씨는 당시 보험금으로 총 10억 원가량을 수령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이를 수상히 여겨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지난 2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노 씨를 살인혐의로 검거했고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14년 11월 충남 서산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 아무개 씨(여·39)가 보리차에 수산화나트륨을 타서 남편을 살해하려고 시도한 사건이다. 당시 이 씨는 유흥에 빠져 있었는데 호스트바 종업원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범행을 저질렀던 것. 이 씨가 노린 보험금은 2억 5500만 원이었다.
재산과 무관하게 내연남이나 내연녀가 관련된 남편 살인사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2014년 9월 경기도 구리시에서 한 60대의 아내가 남편의 내연관계를 눈치 채고 살해했다. 아내는 남편이 20년 동안 내연녀와 외도해온 사실을 알게 된 뒤 식탁의자 등으로 남편을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 반대로 아내가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여·58)는 내연남을 시켜 남편을 살해했다. 김 씨는 내연남을 승객으로 위장시켜 택시기사였던 남편 택시에 승차시켰다. 내연남은 인적이 드문 곳에 내리는 척 꾸미면서 전기 충격기 등을 이용해 김 씨의 남편을 살해 시도했다. 살인은 미수에 그쳤지만 김 씨는 수사 진행상황을 전화로 알려주는 등 내연남의 도피를 도와줬다. 2013년에는 피아니스트 이 아무개 씨(여·42)가 전 남편을 청부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씨는 내연남과의 잦은 외도 등으로 2012년 이혼했다. 이후 이 씨의 전 남편은 이 씨의 오빠를 찾아가 이 씨의 행동에 대해 따지곤 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이 씨는 인터넷을 통해 심부름센터 직원을 알게 됐고 전 남편의 납치를 의뢰했다. 전 남편은 납치된 뒤 탈출을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항소심에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때로는 사소한 부부싸움이 살인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월 부산에 한 50대 여성이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당시 이 여성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자 남편이 핀잔을 준단 이유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지난 3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일을 하지 않고 술만 마신다는 이유로 부부싸움을 했고 아내는 남편이 잠들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