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교문 | ||
결론적으로 말하면 심권호와 오교문의 ‘컴백’은 사실이지만 김영호는 와전된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은퇴 후 복귀를 꿈꾸는 이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후배들을 자극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것. 두 ‘선수’가 복귀를 결심하기까지의 숨겨진 사연과 김영호의 현역 복귀 해프닝 전모를 알아봤다.
시드니올림픽 남자양궁 금메달리스트 오교문(30·수원 효원고 코치)은 <일요신문>을 통해 현역 복귀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게 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은퇴 후 거의 2년 동안 놀았기 때문에 내심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실력에다 이론까지 겸비한 진정한 궁사가 될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오교문은 현역 복귀 사실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엔 다소 당황한 듯 “아직 잘 모르겠다”고 발을 뺐으나 계속된 물음에 결국엔 시인하고 말았다. 그는 2002년 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다음 고려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지도자의 길을 준비해 왔다.
“남자양궁의 1인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난 한 번도 내가 진정한 1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체전에선 여러 차례 1등을 했어도 개인전에선 3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해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다면 내 인생에 더 이상의 ‘물음표’는 품지 않을 것 같다.”
오교문은 전 소속팀인 인천제철이 이적동의서를 써줘 지금은 충북팀 소속 선수로 활동하면서 고등학교 코치로도 재직중이다. 자신의 복귀가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선배의 욕심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자극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오교문의 꿈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 심권호 | ||
“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은퇴란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시드니올림픽 이후 잠시 쉬고 싶어 미국엘 갔다왔는데 그 사이에 기자들이 날 ‘은퇴시켜 버렸다’. 얼떨결에 은퇴 당한 후 코치 생활을 하면서 항상 코트가 그리웠다.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코트를 밟는 것과 선수로 뛸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즉 심권호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언론에 의해 은퇴를 했고 기자들에 의해 복귀하는 이상한 시나리오를 연출하게 된 셈이다.
“사람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은퇴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난 내 힘이 닿을 때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 후배들이 날 밟고 올라섰으면 좋겠다. 정말 그런 선수가 나온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심권호는 돈 때문에 복귀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돈을 벌고 싶다면 뭐하러 힘들게 운동을 다시 하겠나. 지금 있는 코치 자리에 안주해도 돈은 벌 수 있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솔직히 그동안 술도 많이 먹었고 몸이 예전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체력은 다소 떨어졌어도 기술에 관한 한 날 능가할 자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김영호 | ||
김영호가 대표팀 코치를 맡아 얼마 전 유럽투어를 떠났는데 아무리 친선대회라 할지라도 선수들의 성적이 너무 형편없었다고 한다. 귀국길에 우연히 파리 공항에서 취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 기자를 만나게 됐다. 이때 하소연을 하던 중 ‘이럴 바엔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던 게 복귀를 기정사실화한 기사로까지 확대됐던 것.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다 보니 ‘구력’ 있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앞으로 5, 6년은 ‘묵어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내년 올림픽을 대비해야 하는 마당에 선수들이 어려 힘이 들 때마다 현역 복귀를 떠올린 적은 있었다.”
하지만 김영호는 굴뚝 같은 마음과는 달리 2년 동안 쉬면서 몸이 망가지는 바람에 현역 복귀는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