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 회장은 2015년이 저물기 직전 내연녀와 혼외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최 회장은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다 안다”며 노 관장에 이혼을 요구했다. 겉으로만 보면 엄연히 부인이 있는데도 최 회장은 다른 여자를 만났고 아이까지 출산했다. 쉽게 말해 ‘불륜’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재벌 회장으로서 사회적인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넉 달 전 교도소를 나서며 “국민들께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던 약속이 무색해질 법한 대목이다. 최 회장과 측근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먼저, 일부에서 최 회장의 내연녀와 혼외자식에 대해 꽤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자 최 회장이 아예 먼저 밝힌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최 회장은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 나중에 밝혀지나 지금 밝히나 큰 차이는 없다”며 “시기도 안 좋은 터에 굳이 나서서 하는 데는 뭔가 큰 심경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연녀 쪽에서 공개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 회장은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의견 역시 분분하다. 재계 고위 인사는 “솔직히 내연녀와 혼외자식에서 자유로운 재벌 회장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그 정도도 컨트롤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재계 3위 그룹을 경영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2013년 이혼소송을 제기하려 했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은 자신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돼 실형을 산 것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부터 이혼을 요구했으나 노 관장이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등 이런저런 일로 들어주지 않다가 ‘경솔한 행동’으로 결국 자신과 동생이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 최 회장은 2013년 1월 준비한 이혼청구소송장에서 노 관장에 대해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노 관장과 결혼생활을 끝내려던 최 회장의 결심은 2년 7개월간의 수감생활 동안 더욱 확고해졌고 석방되자마자 다시 노 관장에 이혼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노 관장이 끝까지 들어주지 않자 최 회장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혼외자식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혼소송을 해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여겨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