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장성우 전 여친과 kt 장시환 전 여친의 사생활 폭로글 파문으로 두 선수는 중징계를 면치 못했다.
#장성우가 일깨운 ‘사생활 관리’의 중요성
kt 포수 장성우는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의 사생활 관리와 SNS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일깨운 장본인이다. 장성우는 지난해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된 후 단숨에 신생팀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찼다. 구단과 감독의 든든한 신임을 얻었다. kt의 장성우 영입은 2015년 가장 성공한 트레이드로 평가받는 듯했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에서 좋은 선수였던 장성우가 야구장 밖에서는 자신의 입을 통제하지 못했다.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소속팀 감독과 동료들에 대한 험담을 밥 먹듯이 했다. 여성 팬들과 스포츠아나운서들은 물론, 유명한 치어리더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까지 무차별적으로 발설했다. 교제 당시 이런 말들을 묵묵히 들었던 여자친구는 장성우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자신의 SNS를 열고 그동안 들었던 내용을 줄줄이 적었다. 현역 감독과 유명 선수, 치어리더의 실명이 등장하는 충격적인 폭로에 인터넷은 삽시간에 난리가 났다. 해당 치어리더는 결국 장성우와 전 여자친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엔 파문이 너무 커졌다. 장성우는 결국 KBO로부터 품위 손상에 따른 제재를 받았다. kt 구단도 자체적으로 50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0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뿐만 아니다. 장성우와 한솥밥을 먹던 kt 투수 장시환의 전 여자친구도 똑같이 SNS를 이용해 폭로전을 펼쳤다. 확인되지 않은 추문과 원색적인 공격 속에 애꿎은 피해자들만 속출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사건은 더 이상 확대 재생산되지 않았지만, kt 구단은 장시환에게도 사생활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자기성찰을 위한 사회봉사활동 56시간을 부과했다.
#발 없는 SNS 실수가 천 리를 간다
의미 있고 성공적이었던 신생팀 kt의 첫 시즌이 어처구니없는 SNS 사태로 얼룩지는 모습을 본 다른 구단들도 다시 선수단 관리에 대한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비단 한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모두 공감하기 때문이다. B 구단 홍보 관계자는 “구단이 공식적으로 선수들의 SNS를 막을 수는 없으니, 선수들을 볼 때마다 ‘가급적이면 SNS를 하지 말고, 문제가 될 만한 글이나 사진은 올리지 말라’고 강조하곤 한다”며 “요즘은 워낙 수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연결돼 있어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야구선수들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SNS뿐만 아니라 다른 지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때도 신경을 쓰라는 주의를 준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C 구단의 한 코치는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 젊은 선수가 SNS를 통해 사적인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지인에게 전해들은 뒤 곧바로 그 선수에게 “사생활은 비공개로 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이나 내용이 전혀 없었지만, 향후 불미스러운 일의 불씨가 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 선수 역시 코치의 뜻을 이해하고 곧바로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성민(왼쪽), 윤완주
사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은 이미 벌어졌다. 수년 전 한 외국인 투수가 선발 등판 경기에서 조기 강판당한 뒤,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일본 야구계에서는 “용병이었으니 구단의 자체 징계로 그쳤을 뿐, 일본인 선수였다면 더 파장이 커졌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승부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교육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꺼진 비속어도 다시 보자
사실 프로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수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언행이 어떤 것인지 즉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더 이상 ‘무지’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금세 차갑게 식는 대중은 이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사회적 품위와 도덕성을 요구한다. 실제로 KIA 투수 윤완주는 홈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선수였지만, 지난해 초 SNS에서 단어 두 개를 잘못 사용했다가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자신의 SNS에서 댓글로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노무노무’, ‘일동차렷’이라는 표현을 쓴 게 화근이었다.
‘노무노무’는 극우 성향의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일동차렷’은 심지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다. 광주에 홈구장을 둔 KIA 선수가 이런 단어를 쓰는 모습에 팬심은 급격히 돌아섰다. 구단 사무실에는 성토의 전화가 쏟아졌다. 윤완주는 “인터넷에서 본 단어였을 뿐, 그렇게 나쁜 뜻인지 모르고 쓴 글이다. 다음부터 공인답게 적절한 언어를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KIA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체 상벌위원회를 열어 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훈련 불참은 물론 연봉 지급까지 중단되는 중징계다. KBO도 지난해 신설한 ‘타인의 명예 훼손에 대한 제재 규정’에 따라 엄중 경고했다. 윤완주는 이 규정에 따라 제재를 받은 첫 선수였다.
#잘 사용하면 ‘약’, 잘못 사용하면 ‘독’
물론 SNS를 통해 긍정적인 소통과 교류의 장을 열어 가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다만 여전히 SNS를 잘못 사용해 손해를 본 선수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홧김에 소속팀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물의를 빚었던 선수, 2군행 통보를 받은 뒤 아내가 감독의 처사에 반발하는 글을 올렸다가 도리어 더 화살을 맞았던 선수, 경기 중 벌어졌던 벤치 클리어링에 대해 미묘한 뉘앙스를 담은 글을 써서 꺼져가던 감정싸움의 불씨를 되살린 선수, 여자친구와의 ‘사랑과 전쟁’을 지나치게 시시각각 전시해 손가락질을 받았던 선수, 팬들의 악성 댓글에 일일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놀림감이 됐던 선수, 태풍 피해 현장을 사진으로 찍은 뒤 부적절한 비유와 농담을 달아 공분을 산 선수 등등.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례들이다. 이 수많은 SNS의 한 페이지들은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는 야구 커뮤니티와 또 다른 SNS들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영원히 해당 선수에게 ‘흑역사’의 증거로 남는다. 뒤늦게 후회하면서 글을 삭제하거나 수정해도 이미 늦었다. 열심히 야구하면서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사건’의 흔적들이 은퇴하는 순간까지 낙인으로 남는 시대다.
스콧 보라스
배영은 스포츠 자유기고가
야구계 유명 설화 사건들 김성근 ‘롯데 모래알’ 발언 후…사직구장서 ‘롯데샌드’ 사라져 2010년 김성근 SK 감독이 롯데를 ‘모래알’에 비유했다가 한바탕 비난을 받았다. 사직구장 전경.이종현 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은 SK 감독 시절이던 2010년 한 대학교 초청 강연에서 롯데를 ‘모래알’에 비유했다가 한바탕 비난을 받았다. “사직 경기에서 SK가 11-0으로 이기다가 11-10까지 쫓겼는데, 롯데가 경기를 잡으러 들어오지 않아 우리가 21-10으로 이겼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단어가 등장했다. 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롯데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항의 전화가 SK 구단에 쏟아졌다. 김 감독과 SK 단장이 각각 롯데 제리 로이스터 당시 감독과 롯데 단장에게 전화해 사과까지 했다. 롯데는 마지못해 사과를 받아 들였지만 이미 기분이 단단히 상했다. SK에 대한 전의를 불태웠다. 그 발언이 알려진 다음날부터 사직구장 VIP실과 지정석에 내놓던 과자들 가운데 ‘롯데 샌드(Sand)’를 빼버리는 조치도 취했다는 후문이다. 한화 이정훈 2군 감독도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사령탑을 맡았다가 말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당시 천안북일고 감독이던 이 감독은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 선수들이 압축배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트 안에 코르크를 넣은 압축배트는 일반 배트보다 반발력이 뛰어나 공식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일본 배트에서 ‘딱’ 소리가 아니라 ‘탕’ 소리가 난다. 빗맞은 타구도 쭉쭉 날아가는 것을 보면 압축배트가 확실해 보인다. 망치를 가져와서 직접 확인이라도 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심리전에 불과했다. 일본은 이 논란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한국을 4-2로 꺾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특정팀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 일본이 정상적인 배트를 사용한 것 같다”고 물러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의 말실수가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1934년 뉴욕 자이언츠는 내셔널리그의 강팀이었고, 브루클린 다저스는 늘 하위권을 맴돌았다. 당시 자이언츠 빌 테리 감독은 시즌 초반 ‘다저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담당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다저스가 아직 내셔널리그에 있나”라는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팀에 대한 열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다저스 팬들이 이 한 마디를 두고두고 잊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 자이언츠는 세인트루이스와 내셔널리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저스와의 2경기만을 남겨뒀다. 8개 팀 가운데 6위에 머물러 있던 다저스에게 순위 경쟁은 더 이상 의미 없었다. 그러나 다저스 팬들은 자이언츠 홈구장에서 벌어진 원정 2연전에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자이언츠를 향해 야유를 퍼붓고 악다구니를 썼다. 다저스 팬들의 서슬에 질린 자이언츠는 2연패를 당하면서 내셔널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놓쳤다. 1989년 일본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퍼시픽리그 우승팀 긴데쓰는 센트럴리그 우승팀 요미우리를 맞아 단숨에 3연승을 달렸다. 1승만 더 보태면 일본시리즈 우승이 눈앞이었다. 그런데 3차전 승리투수 가토 데쓰로의 인터뷰가 시리즈의 흐름을 바꿨다. 가토는 경기 후 “사실 시즌 막바지의 압박감보다는 이 경기가 차라리 수월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오릭스와 마지막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다 가까스로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일을 떠올린 것이다. 그때 요미우리 계열사인 니혼TV 기자가 가토에게 “롯데보다?”라는 유도 질문을 했고, 가토는 엉겁결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롯데는 당시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약체로 조롱을 받던 팀. 다음날 일본 신문들은 일제히 가토의 기사에 “롯데보다 요미우리가 약했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자존심이 상한 요미우리 선수들은 갑자기 분발하면서 내리 3연승을 따냈다. 그리고 가토는 마지막 7차전에 등판해 끝내 패전투수가 됐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