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의 위상을 크게 올려놨다. 연합뉴스
구 씨는 정 감독의 비서 업무를 맡던 백 아무개 과장(여·40)과 예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이 입수해서 공개한 백 과장과 박 전 대표가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박 전 대표가 정 감독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구 씨의 결정이 영향력을 미쳤다. 언론 인터뷰, 기사대응, 단원선발 등 서울시향의 중요한 의사결정 때마다 구 씨가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 감독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구 씨는 정 감독보다 4살이 많다. 이 때문에 결혼 당시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정 감독이 지난 2003년 출간한 책 <Dinner for 8>에 자세히 나와 있다. 정 감독은 19세 때부터 구 씨와 교제했고 25세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결국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1979년 정 감독의 어머니만 참석한 가운데 LA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 감독은 저서에서 “아내 이외의 다른 여성은 절대로 사랑할 수 없었다”며 “아내의 순수한 정신세계를 깊이 사랑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만큼 넉넉한 사람임을 알았다”며 심정을 밝혔다. 또 정 감독은 아내 구 씨와의 결혼 생활에 대해 “한 철 내내 집안에서 단둘이 지내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여전히 연애하는 것처럼 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 감독의 누나이자 첼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정명화 씨의 남편은 다름 아닌 구 씨의 오빠인 구삼열 씨다. 이들 부부는 겹사돈을 맺어 유명세를 떨치고 있기도 한 셈이다. 구삼열 씨는 유엔 특별기획본부 본부장, 유니세프 한일 대표, 아리랑TV 사장,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유엔특별대표,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정 감독 측은 비록 구 씨가 입건됐지만 이는 구 씨가 호소문 배포에 관련돼 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호소문 배포 의사가 없는 직원들을 사주했다거나 그 호소문 내용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