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인문관 전경.
하지만 총장직선제를 고수하기로 한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부산대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에 탈락한 데 이어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과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 등 진행 중인 국책사업의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정부가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국립대에 재정사업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부산대는 최근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예산 중 대학사업비와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 예산을 각각 50% 감액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CK-1는 교육부가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대학 특성화를 장려하기 위해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말한다.
부산대는 학내 4개 사업단이 이 사업에 선정돼 2014년 52억 원, 2015년 48억2500만 원의 사업비를 받았다. 2015년 CK-1 사업비 48억 2500만 원 중 대학사업비 교부 예정액은 애초 14억 4750만 원이었다. 지난 9월까지 예산의 70%인 10억 1325만 원을 받았고 12월 말에 남은 30%가 교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예산삭감 통보를 받으면서 20%인 2억 8950만 원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ACE 사업비도 총예산 22억 9700만 원 가운데 50%인 11억 4850만 원이 삭감됐다. 따라서 부산대는 이미 받은 16억790만 원 중 총예산 절반의 초과분인 4억 5940만 원을 반납해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이 밝힌 이번 예산삭감과 관련한 이유는 명료했다. 2014년 2월 CK-1 사업 공고 당시 명시된 ‘대학 거버넌스 선진화를 위해 국립대학은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지원액과 연계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란 게 재단 측의 설명이다. 직선제를 고수함에 따른 예산삭감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ACE 사업 역시 똑같은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부산대 측은 지난 24일이 이의신청 기간이었지만 별도의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예산삭감은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부산대는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에도 탈락했다. 총장직선제 고수가 탈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부산대는 평가 결과로는 거점국립대학 부문 1위로 가장 많은 사업비를 받을 것으로 예상이 됐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최근 학내 교수회가 두 차례에 걸친 투표를 통해 결정한 직선제 선출 방식을 거부했다. 교육부가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은 임용하지 않고, 또한 직선제를 추진할 경우 재정을 감축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교수회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해양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총장은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간선제 논의를 중단하고 직선제에 대한 행정적 절차를 즉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교육부의 이번 행태는 ‘국립대 총장 후보는 해당 대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선 또는 간선으로 선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현행 교육공무원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법 행위”라고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특히 한국해양대는 박한일 총장이 공식적으로 직선제 수용 불가 견해를 밝히면서 학내 갈등과 함께 차기 총장 선출에 대한 차질도 불가피 할 전망이다. 박 총장의 임기는 오는 3월 5일까지다. 한국해양대는 임기 만료 30일 전에는 총장 후보자를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부가 총장 선거를 지나치게 통제하려 한다는 비난이 지역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아울러 국립대학교란 특성상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 경우 대학 재정의 건전성이 위협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