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28)는 지난해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가족관계등록부 등 서류를 챙기다 자신이 혼인 상태임을 확인했다.
A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상 배우자는 2년 전 4개월가량 사귀던 옛 여자친구 B 씨(24)였다.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는 자신을 속였다며 화를 냈고 A 씨는 “모르는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결국 결별했다.
A 씨는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B 씨에게 연락해봤더니 “2012년 사귀던 당시 장난으로 썼던 혼인 신고서를 시청에 제출했다”는 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혼인 신고서를 작성했는데 확실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B 씨가 시청에 이를 제출한 것이다. 당시 B 씨의 나이는 20살로 혼인 신고서 접수가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 알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둘은 4개월가량 만나자 헤어졌고 시간이 흘러 B 씨도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A 씨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둘은 어떻게든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B 씨 역시 결혼할 새 남자친구를 만나 임신 상태였기에 자칫 B 씨가 낳은 아이가 A 씨의 호적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B 씨는 협의이혼을 제안했지만 A 씨는 결혼한 사실 자체를 무효로 만들고 싶었다.
결국 A 씨는 B 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의정부지법에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 씨는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최근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의정부지법 가사부(정완 부장판사)는 “법률혼주의를 취하는 국내 법제 아래서는 혼인 무효를 이해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A 씨와 B 씨의 혼인이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충분한 증거 없이 혼인을 번복하면 법 근간이 흔들린다는 취지다.
현재 A 씨는 대법원 상고한 상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