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내우외환이 악화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 G2위기의 압박이 크다. 중국 경제의 추락으로 수출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금융시장을 계속 흔들 태세다. 대내적으로 가계부채의 급증이 소비의 숨을 막고 있다. 기업부실로 인해 투자가 실종 상태다. 사실상 내수가 식물 상태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기업과 가계의 연쇄부도가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총선이다.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말려 표류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의 레임덕 우려도 나온다. 우리 경제에 절실한 것은 구조개혁과 성장동력 회복이다. 그리하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을 회복하고 국민의 소득을 증가시켜야 한다.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경제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고 근로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우선과제로 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비정규직의 고용계약기간을 연장하고 근로자 파견제와 임금피크제를 확대하여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위기의 고통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개악이라 주장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노동개혁은 큰 의미가 없다. 기업부문에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영토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 일자리를 늘려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것은 절박하다. 이익을 내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의 정리는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연구개발투자를 늘려 경제의 먹을거리로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부부문에서 규제개혁과 관료주의 타파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예산과 조세구조를 개혁하여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의 기본 조건이다. 가계부문에서 가계부채 구조조정, 전월세 안정, 소외계층 복지, 노후불안 해소도 시급하다.
경제에도 새벽이 온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것처럼 위기가 클수록 경제도약의 기회도 가깝다. 중요한 사실은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외화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도 흑자이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우리 경제가 먼저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미래산업을 발전시킨다면 갈 곳이 없는 외국자본이 몰려와 투자의 성시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먼저 일어나야 영토를 차지하는 법이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경제가 구조적 붕괴 위험에 처했음을 인정하고 산업개혁과 경제발전의 새 청사진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여기서 기업들은 창업과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창업과 투자는 불황일 때 해야 시장을 차지한다. 국민들은 경제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고 힘들어도 희망의 안고 다시 팔을 걷어 올려야 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지 않은가.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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