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내리 5선을 기록한 은평을 출마를 선택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최측근은 “당시 임종석 전대협 의장은 <하이틴>이라는 청소년 잡지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밤새 소녀들이 수배전단을 ‘싹쓸이’할 정도였다는 것.
때는 1989년 2월, 전대협 3기 의장 임 전 부시장의 수배전단이 전국에 뿌려졌다.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수배전단은 “키 170센티미터, 콧날이 서고 마른 편, 변장을 수시로 하고 다님”이라고 임 전 부시장을 묘사했다. 그는 여장을 해도 몰라볼 정도의 ‘꽃미남’ 수배자로 전국적 유명세를 치렀다.
앞서의 측근은 “처음에 뿌렸던 수배전단이 전부 없어지자 경찰은 키를 170㎝로 줄였고 날카롭고 안 좋게 나온 두 번째 사진을 뿌렸다. 나도 임 전 부시장과 함께 다녔는데 여장은 안 했다. 그의 실제 키는 176㎝다. 이렇게 키 큰 여자라면 더 눈에 잘 띄어서 여장을 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보탰다.
그런 그가 지난 12월 22일 총선 출마를 위해 부시장 직을 내려놓고 친이계 대표주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내리 5선을 기록한 은평을 출마를 선택했다. 자신이 15·16대 때 재선을 한 성동을이 아니었다. 임 전 부시장은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당에서 20년 동안 국회의원을 못 낸 지역이다. 마무리를 한 번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다른 측근은 “서울시 부시장을 했던 행정경험도 있고 김우영 은평구청장하고 친분이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이재오 의원이 못한 지역 발전을 완성할 수 있는 인물로 어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 전 부시장이 ‘재야의 꽃미남’이었다면 송호창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은 ‘원내의 미중년’이다. 송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날 때마다, 그 ‘아우라’ 덕에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온다고 한다. 송 의원은 변호사 시절인 2008년, ‘촛불과 인터넷, 집단지성인가 여론왜곡인가’를 주제로 열린 MBC <100분토론>에서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빛나는 외모뿐 아니라 상대방인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단숨에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것.
2012년 18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의왕·과천에 출마했을 때도 40대 여성들은 송 의원에게 열렬히 환호했다. 의왕·과천은 안상수 현 창원시장이 연거푸 4선을 한 지역구로 새누리당의 철옹성으로 불렸다. 하지만 송 의원은 10%포인트 이상의 표차로 박요찬 변호사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송호창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도 직접 만난 유권자들은 호감을 가져주시긴 한다. 당시 여성 표가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었지만 정량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송호창 더민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송 의원은 더민주 간판을 달고 의왕·과천 재출마가 유력하다. 박요찬 변호사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으로 귀환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보필한 최형두 전 국회대변인은 물론 여인국 전 과천시장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앞서의 송호창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 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최 후보와 여 전 시장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구도가 정해진 게 아니라 상대당 후보에 대해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원조 얼짱’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환경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39세의 오 변호사는 아줌마표를 독식하며 강남을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훤칠한 키와 깔끔한 매너로 여심을 훔친 그는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전 장관을 제치며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한명숙 전 총리(민주당)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시장 직을 걸고 자진 사퇴하기 직전까지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 내 대선후보급 정치인이었다.
최근 오 전 시장은 정치1번지 종로에 출마 의지를 밝혔지만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론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종로는 야당 중진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오 전시장에게 대승적 차원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오 전 시장, 박진 정인봉 전 의원이 종로에 나서는 만큼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 반면 김재원 의원은 ‘종로 험지론’을 펴며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결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여의도에 경원파와 윤선파가 있긴 하지만 꼭 외모만 가지고 그런 건 아니다.”
지난 12월 30일 국회 한 의원실 B 비서관이 한 말이다. 여기서 윤선파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선호하는 그룹,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을 좋아하면 경원파다. B 비서관은 “두 분 다 대변인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 처리 스타일이 차이가 있었다”며 “외모만 보고 그런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5월 JTBC <썰전>에서 “여의도에선 윤선파가 다수”라고 전하기도 했다.
관심이 쏠리면 전설 같은 일화가 도는 것은 당연지사. 서울대 법대를 다녔을 당시도 나 의원은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2012년 총선 당시 나 의원이 천안 유세는 지금도 유명하다. 한 백화점 앞에서 유세차에 올라 연설을 한 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차들이 멈췄다는 것. 나경원 의원실 관계자는 “교통체증이 일어났다는데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저는 현장에 없었지만 들어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나경원 의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전현희 전 의원.
나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동작을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배했지만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노회찬 전 의원을 누르고 재기에 성공했다. 동작을은 기동민 전 부시장과 공천파동을 겪은 더민주 허동준 지역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된다. 금태섭 변호사의 출마설도 돌고 있다.
나경원 의원실 관계자는 “동네 분위기 자체가 우리가 야당이다. 동작구청장부터 시작해서 구의원들도 거의 야당이라 좀 불리하다”며 “더민주에선 허동준 위원장이 나올 것 같다. 지난번에도 더민주가 그분에게 공천 안 주고 기동민 전 부시장한테 줬다가 시끄러워져서 전략공천하기가 부담스러울 거다. 금 변호사든 허 위원장이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윤선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다. 변호사 출신으로 18대 국회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조 전 수석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았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고 올 6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올랐다.
조 전 수석은 서초갑에 도전장을 냈다. 서초갑은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로, 경제통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도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텃밭이기도 하다. 우먼파워가 심상치 않아 이 전 의원과 조 전 수석의 공천 전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얼짱’ 다크호스도 있다. 바로 전현희 전 더민주 의원이다. 치과의사, 변호사 등 이색 경력의 소유자인 그는 5년 전 ‘강제’ 유명세를 치렀다. 2010년 강용석 전 의원의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파문 당시 “남성 의원들이 밥 먹자고 줄서는 의원”이라며 전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 전 전 의원은 발언이 공개된 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때 검색해봤죠?”라고 되물으며 “호감 이미지는 선거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제가 평가 받고 싶은 것은 이미지보다는 콘텐츠”라고 잘라 말했다.
전 전 의원은 이번에 강남을을 선택했다. 18대 국회 비례대표로 당선된 그는 19대 총선 당시 정동영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배했다. 민주통합당은 당시 그에게 서울 송파갑에 전략공천하겠다고 제안했지만 19대 총선 불출마를 택했다. 전 전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다 뽑아준다던 지역구 분위기는 많이 바뀐 듯하다.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하는 후보를 찾는 것 같다”며 “마음의 진심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