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A 씨(여·25)는 3개월째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와 스터디 모임을 하고, 밤에는 속칭 ‘텐프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휴학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생활비가 모자라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A 씨에게 이 일을 소개해준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후배 여학생이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2차를 강요하지도 않고, 해보니 괜찮다”는 후배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A 씨는 “소개해준 후배 말고는 주변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며 “한두 달만 더 하면 이후엔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도 있었다. C 씨(여·24)는 “장학금을 받았지만 전액 장학금은 아니라 100만 원 정도가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행업체를 통해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식장에서 인사 나누고 사진 촬영하면 끝이라 일도 쉬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뒤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에게서 ‘애인대행’ 아르바이트에 대해 듣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C 씨는 “결혼식 대행 아르바이트 보다는 많이 벌게 됐다. 하지만 웃돈을 주며 단순한 대행 이상의 것도 요구하는 사람도 있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업소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필요했던 만큼 벌긴 했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B 씨 역시 일을 그만뒀다. 업소 일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선배가 “쉽게 벌어 쉽게 쓰다보면 절대 그 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거다”라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B 씨는 현재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줄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C 씨는 곧 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한다.
앞서의 세 명의 대학생들은 업소와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지만, 여전히 일부 대학생들은 업소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매니저는 “방학이라 그런지 낮에는 공부를 하거나 평범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밤에 유흥업소 일을 하는 여대생들이 업소마다 한두 명씩은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 지역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대학교 방학이 시작 되면 유흥업소 여종업원 중 대학생의 비율이 늘어난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은 상관없다는 식의 인식이 일부 학생들 사이에 퍼진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