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대포통장. 사진출처=서울중랑경찰서
인천의 한 경찰관계자는 “대포차는 보통 각종 세금, 보험료 등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비싼 외제차를 싼값에 탈 수 있다는 이유로 유통됐는데, 최근에는 20~30대 직장인, 대학생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유통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금융사기의 핵심 수단인 대포통장을 만든 대학생들도 있었다. 얼핏 금융소외계층이나 노인들이 불법인지 모르고 통장을 넘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포통장 브로커의 주요 범행대상은 오히려 20~30대 취업준비생이었다.
“대포통장 피해를 당했다”는 대학생이 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전송한 지 세 시간 만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업체 측은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주민등록번호, 은행 계좌번호, 주소 등을 적어 팩스로 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업체 관계자는 급하다며 “통장과 보안카드를 보내달라”고 했다. 앞서의 대학생은 “낌새가 이상해 검색해보니 대포통장 사기 수법이었다. 아르바이트 합격 연락도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처음부터 대포통장임을 드러낸 광고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통장을 넘기면 40만~50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한 차례 대포통장 매매를 해봤다는 D 씨(28)는 “당시에 돈이 필요했다. 문자가 와서 전화했는데 50만 원을 준다고 했다. 퀵서비스를 보낼 테니 통장과 보안카드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10월까지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대포통장명의인 가운데 20대는 8231명이다. 전체 연령대 중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에 피해를 입은 20대들은 30.7%, 전체 1만 767명 가운데 4233명에 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미끼로 계좌를 가로채거나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포통장 범죄에 노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되면 형사처벌뿐 아니라 금융사기 피해액의 절반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져야한다. 대출에 필요하다는 사기범 말에 속았더라도, 경찰 수사를 통해 피해자임이 밝혀지기까지는 금융거래 일부가 제한돼 대학생이라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