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를 포함한 도하 언론은 신임 회장이 국가조찬기도회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는 점에 일제히 초점을 맞췄다. 감 회장이 왜 사임했는지, 임기를 마친 것인지에 대한 보도는 일부 언론에 국한됐다. 몇몇 의식있는 언론은 “지난해 12월 제7대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장에 취임한 감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갑작스레 사임한 이유는 연이은 횡령 스캔들로 인한 교계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하는 등 그의 갑작스러운 행보의 배경을 설명했다.
CBS의 보도에 따르면 감 회장은 남안동CC 골프장 개발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국가조찬기도회장직을 사임했다. CBS는 대구지검 안동지청이 지난해 9월 ‘감 회장이 처와 아들 명의 계좌에 급여를 가장한 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골프장 개발 자금 횡령한 혐의‘ 로 감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7년 개장한 남안동CC 골프장은 2011년 회원 입회금 상환기한이 돌아왔지만, 입회금 700억여 원을 회원권 소유주들에게 돌려주지 않아 논란이 일어왔다. 전체 회원 1570명 가운데 950명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진=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출처= 국가조찬기도회 홈피)
감경철 CTS 기독교TV 회장은 지난 2015년 1월 제7대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취임했다. 조찬기도회장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취임 1년을 미처 채우지도 못하고 중도에 사임한 것이다. 국가조찬기도회 역사상 여성이 회장에 선임된 것도 처음이지만 임기를 남겨두고 중도에 사임한 것도 그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감 회장은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으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였었다. 국가조찬기도회 제7대 회장의 선임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기독교계 안팎에서는 제6대 김명규 회장의 연임설과 함께 ‘감경철 회장설’이 회자 됐었다. 감 회장이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설이 무성한데 대해 교계에서는 ‘과연 자격이 있겠는가’에 대한 회의도 함께 떠돌았다.
감 회장은 과거 CTS 기독교텔레비전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감리교 교단 본부를 통해 50억 원을 출자하면서 사장으로 들어가 해산위기에 내몰린 회사를 살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노량진에 사옥을 건축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마디로 감 회장은 기독교계에서 공과가 엇갈리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과연 국가조찬기도회장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조찬기도회 이사회는 제7대 회장으로 감 회장을 선임했다. 감 회장 취임직후 연례적으로 진행된 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는 서울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무탈하게 치러졌다. 기도회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내로라 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구름떼와 같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감 회장의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중도 사임의 직접 원인이 된 사건은 지난해 11월 <일요신문>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국가조찬기도회 수장 감경철 CTS 회장 ‘특가법’ 위반 혐의 불구속 기소 내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신의 처와 아들 명의 계좌에 급여를 가장하여 금원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안동개발 등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구지검 안동지청이 감 회장을 불구속 기소처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건이 세간에 떠도는 중에도 기독교계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마치 카르텔이라도 형성된 듯 감 회장의 불구속 기소의 사건은 일요신문을 제외하고 그 어떤 언론에서도 볼 수 없었다. 기독교계의 수많은 언론은 하나같이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다.
CTS 기독교TV는 한국교회가 설립한 주요 방송사 중 하나로 한국교회 안에서 그 위상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국가조찬기도회는 매년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도회를 개최해 온 국민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포함한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감 회장의 구설수에 침묵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침묵의 카르텔이 또 하나의 괴물을 키운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적어도 나는 카르텔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억울해 할 인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방관 또는 외면이 거대한 카르텔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된 종교개혁이 곧 500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1517년에 일어난 종교개혁이 가톨릭 교회에 속한 한 신부가 침묵의 카르텔을 깨면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면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만시지탄이라고 했고, 시작이 반이라고도 했다. 외부의 어떤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든 스스로의 결단이든 뒤늦게나마 감 회장이 사태를 파악하고 국가조찬기도회장에서 물러난 것은 환영한다. 교계 언론은 감 회장의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지어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며, 교계 지도자들은 교계 언론이 침묵하지 않도록 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500년 전 침묵의 카르텔을 깬 한 성직자가 95개조의 반박문을 내거는 것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듯이 2016년 한국교회에서 누군가가 ‘새로운 반박문’을 교회 앞에 내놓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돌들이 일어나 외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예측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침묵의 카르텔이 또 다른 괴물을 키우지 않도록 할 말을 하는 한국교회를 기대한다.
이우석/ 기독교 전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