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도 했는데…안 되겠습네까~
지난 7일 익명을 요구한 재한중국동포유권자연맹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중국동포유권자연맹은 한국국적을 회복하거나 취득한 중국동포들의 정치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단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중국동포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얘기가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새누리당에서도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체류 조선족은 65만여 명, 재외동포법에 따라 한국국적을 회복하거나 취득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국내 체류 중국동포는 75만~8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한국국적을 회복하거나 취득한 이들은 13만여 명.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추진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이는 제19대 총선에서 원내에 입성한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자스민 의원은 필리핀 출신의 결혼이민자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공천도 파격 자체였지만 그 이후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아동 권리보장법을 발의하는 등 이주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국내 중국동포 단체는 무려 60개가 넘는다. 제각기 활동했던 단체들이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서서히 뭉치고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오는 2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재한동포위원회 발대식이 있다. 그동안 난립했지만 다 합쳐지는 거다. 그중에는 연변 출신도 있고 흑룡강 출신도 있다”면서 “그 동포들끼리 투표를 해서 총회장을 뽑았다”고 했다.
이들 단체들이 뭉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앞서의 중국동포유권자연맹 관계자는 “주로 서울 금천구와 구로구, 영등포구에 중국동포가 많다”며 “국적을 취득했어도 여전히 한국민이 아니라 중국동포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비례대표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비판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오로지 한국국적을 취득한 조선족들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동포유권자연맹의 전직 간부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동포 중 대부분이 한국국적이 없고 F-4 비자 체류 자격을 갖고 있다. 설사 비례대표가 나온다고 해도 우린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제1호 중국동포 출신 국회의원이 현실적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7일, 국회의 다른 보좌관은 기자에게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비례대표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먼저 나오진 않았을 거다. 여당도 야당도 쉽사리 중국동포를 공천하는 일이 쉽지 않다. 당장 선거구에서 동포들에게 과도하게 친화적인 정책을 실시했을 경우 내국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략상으로 보면 망하는 수가 있다.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의 여론이 꼭 좋지는 않다. 지역구가 슬럼화된다고 해서 떠난 분들도 많다. 다문화 사회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 시점이 지금이냐고 물으면 ‘아직 시기상조다’고 말할 수 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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