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빠’들의 계절이 온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왼쪽부터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추신수.
# 부상 회복파-류현진, 강정호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에 등판해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류현진. 개막 직후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리더니 결국엔 5월 말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이 됐었다. 류현진의 수술명은 ‘관절와순 파열 복구 수술’. 수술 직후 수많은 전문가들이 류현진의 재기에 대해 갑론을박했고, 지금까지도 류현진의 100% 회복과 관련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류현진은 최근 일본 오키나와로 훈련을 다녀왔다.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오키나와에서 후배 장민재와 함께 캐치볼 연습을 하며 땀을 흘렸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 30m 롱토스 영상을 공개하며 순조로운 재활을 알리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훈련을 쉬지 않았고, 귀국해서도 최소한의 행사에만 참석한 채 훈련에 몰두했다. 그만큼 류현진이 올 시즌 재기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반증한다.
류현진은 최근 MLB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프링캠프까지 준비가 안 돼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모든 면에서 잘 돼가고 있다. 불편한 것도 없다. 개막전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물론 류현진의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해도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투구를 해봐야 재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통증 없이 이전의 구속이 나와도 어느 정도의 제구력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지 또한 의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관절 와순 수술을 경험한 로저 클레멘스, 커트 실링은 수술 후 성공적으로 복귀했으나 제이슨 슈미트, 마크 프라이어 등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류현진의 올 시즌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저스는 오프시즌 동안 FA 잭 그레인키를 같은 지구의 경쟁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떠나보냈고, 또 다른 거물 FA 제프 사마자와 조니 쿠에토 영입전에서도 패했다.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도 영입 직전에 놓쳐버렸다. 대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왼손 선발투수 스콧 카즈미어와 일본인 선발투수 마에다 겐타를 영입하며 그레인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선수의 합류로 류현진을 포함한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6명.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외하고 카즈미어, 류현진, 마에다, 브렛 앤더슨, 알렉스 우드의 선발 로테이션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다. 류현진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선발 순서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지 언론에선 류현진과 마에다가 3선발을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희망과 악몽을 넘어 부활을 꿈꾸는 강정호.
수술 직후 한동안 거동조차 못한 채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했던 그는 깁스를 풀고 나선 귀국을 미루고 날씨가 따뜻한 플로리다로 이동, 그곳에서 재활훈련에 돌입했다.
강정호가 재활에 몰두하는 동안 피츠버그 선수단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야수 닐 워커의 트레이드. 그로 인해 강정호의 올시즌은 주전 3루수로 예약됐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강정호의 복귀 시점에 대해 “늦어도 5월에는 강정호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4월도 가능하다”며 강정호의 복귀시기를 앞당겨 예상하기도 했다.
강정호의 재기와 복귀, 그리고 메이저리그 2년차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부분은 올 시즌 강정호가 풀어 가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다.
# 새로운 도전-박병호와 김현수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박병호와 김현수. 강정호가 데뷔 해에 KBO리그 야수 출신의 자존심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먼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지명타자로 활약하게 될 박병호는 미네소타의 ‘별’인 1루수 조 마우어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현지 입단식 때 박병호를 만나기 위해 오프시즌 임에도 경기장까지 찾았던 조 마우어는 박병호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모든 게 낯설 수밖에 없는 박병호로선 조 마우어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그러나 KBO리그의 ‘홈런왕’으로 대변되었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선 의문의 시선도 존재한다. 강정호가 2014 시즌 넥센에서 뛸 때 40홈런을 기록했지만 피츠버그에선 부상 전까지 15홈런이 전부였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인 타깃필드는 박병호가 5시즌 동안 뛰었던 목동구장에 비하면 훨씬 크다.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측 103m, 좌중 115m, 중앙 125m, 우중 111m, 우측 100m로 국내 최대인 잠실구장(좌·우 100m, 좌·우중 120m, 중앙 125m)과 크기가 비슷하다. 더욱이 허리를 뒤로 젖히며 밀어치는 타구를 선호하는 박병호에게 오른쪽 담장 높이가 7m나 되는 타깃필드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또한 이전에는 수비를 보면서 공격에 대한 감각을 유지했다면 지명타자로 뛰는 올 시즌에는 벤치에서 경기를 보다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지명타자와 1루수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USA투데이>는 김현수의 2016 시즌에 대해 ‘좌익수로 나서며 팀의 1번 타자를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티모어의 3루수 마차도와 함께 테이블 세터를 이룰 것이란 예상도 눈에 띄었다. 2015 시즌 KBO리그에서 출루율 4할3푼8리를 기록한 김현수가 볼티모어의 단점인 왼손 타자와 출루율을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예상이었다.
김현수는 올 시즌 박병호와 함께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동시에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했고, 모두 주전 선수로 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현수의 활약은 매 경기마다 박병호의 성적과 비교 대상이 될 것이다.
김현수가 박병호보다 유리한 부분은 볼티모어 홈구장이 타자에게 유리한 캠든야즈라는 사실이다. 김현수가 홈으로 사용했던 잠실구장이 메이저리그 구장과 비교해도 넓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타자에게 유리했던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다가, 반대의 상황에 처한 강정호, 박병호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 안정권, 그러나-추신수
지난 시즌 극과 극의 실력을 선보이며 지옥에서 천당을 오갔던 추신수의 올 시즌 과제는 지난 시즌 후반기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주전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라면 이들의 ‘맏형’ 추신수는 올해도 변함없이 팀의 주전 우익수 겸 리드오프로 출전할 전망이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팀 내 출루율과 홈런 부문에서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프린스 필더, 미치 모어랜드(이상 23홈런) 다음으로 많은 22개의 홈런을 날렸다. 슬럼프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꾸준한 성적을 낼 것임이 분명하고, 3할 타율 달성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문제는 지난 시즌 여러 차례 충돌을 빚었던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의 조화이다. 이미 불화설에 시달리며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주고받았던 터라 올 시즌에는 서로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지만 앞일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또한 강정호, 류현진의 복귀, 박병호,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등에 쏠리는 여론의 관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신수가 얼마만큼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지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빅리거 매니지먼트의 세계 은퇴선수 고용해 스타선수 끌어오기 박병호와 김현수, 임창용과 오승환은 각각 매니지먼트사가 같다. 박병호, 김현수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소속이고, 임창용과 오승환은 스포츠인텔리전트그룹에 속해 있다. 추신수는 갤럭시아SM(구 IB월드와이드), 류현진은 에이스펙코퍼레이션에서 담당한다. 이들 중 류현진이 속한 에이스펙코퍼레이션은 류현진의 친형인 류현수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한 마디로 가족 체제이다. 성적만 좋으면 KBO리그를 거쳐 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CF계의 요주의 인물로 부상한다. CF뿐만 아니라 스포츠용품 업체에서도 이들을 메인 모델로 세우려 경쟁을 벌일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니지먼트사들마다 이들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꽤 활발하다. 그렇다면 매니지먼트사에서 선수들과 접촉하는 방법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은퇴한 선수들 중에서 평판이 좋은 선수를 이사급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유명 선수를 데리고 있는 A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선수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설령 접촉했다고 해도 선수들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때 선수 출신이 직접 나서서 영입 대상 선수와 만나 대화를 풀어 가면 의외로 일이 술술 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 후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조성환은 리코스포츠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다. 야구계 선배가 속한 회사라면 후배들로선 편하게 대응할 수 있고, 회사와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선배의 속 깊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매니지먼트사에서도 최근 은퇴한 B 선수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회사에서 B에게 제시한 것은 정식 채용이었다. 코치 연수, 방송 해설위원 도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들고 고민하던 B에게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입사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B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말했고, 곧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인터뷰 때마다 “언젠가 나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던 C 선수는 현재 여러 회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D 회사는 지난해 그 선수가 속한 구단 대표를 직접 만나 C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접촉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박병호, 김현수 등 빅스타급 메이저리거들을 연신 영입한 리코스포츠는 여성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MWTV(이주민방송) 앵커, 아리랑TV VJ, WZND FM 미국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다 사업가로 변신한 이예랑 대표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