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피는 물론 전세계 증시가 출렁였지만 바이오가 포함된 의약품 업종 주가는 10% 가까운 급등세다. 전월에도 6% 넘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 이상 하락했음을 감안할 때 시장대비 20%를 웃도는 초과수익을 낸 셈이다. 중소형 제약 및 바이오 종목의 경우 새해에만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곳도 수두룩하다.
이처럼 바이오가 각광받는 이유는 이른바 IT의 대체재로서다. 중국 기업들이 만만찮은 성능의 저가제품으로 우리 IT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 제약과 바이오 부문에서는 중국의 위협 우려가 적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약세를 피하려는 외국인 매도공세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 외국인 보유 비중도 상대적으로는 높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R&D)에만 전년대비 27.4% 증가한 5913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규제완화를 통해 첨단재생의료 제품과 웰니스(Wellness·건강) 제품, 그리고 신규 유망분야의 조기 시장 진입을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도 발표했다.
유안타증권 김미현 연구원은 “내수의약품 시장의 저성장 지속으로 올해도 투자 관심은 여전히 신약의 기술수출(Licensing-out)”이라며 “셀트리온 ‘렘시마’의 미국 허가 가능성 및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 상장 가능성으로 바이오시밀러(Biosmilar)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렘시마는 2월 9일 미국 식의약청(FDA)의 관절염자문위원회에서 허가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에 이어 기존 제약사들의 바이오 사업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이다. SK증권 하태기 연구원은 “녹십자는 글로벌 혈액제제 및 백신, 바이오 업체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 면역제제인 ‘IVIG-sn’이 글로벌 신약으로 승인 받아 북미수출을 시작할 것이며 향후 면역세포치료제, 유전자 검사 및 치료제, 진단기기 등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김주용 연구원은 “대웅제약의 주력품목인 카바페넴계 항생제 제네릭 ‘메로페넴주’ 미국 FDA 품목허가 승인을 얻음으로써 현재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나보타주(보툴리눔독소 활용 주름개선제)’의 글로벌 시장진입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 박재철 연구원은 “종근당은 지난 5일 일본 후지제약 공업과 빈혈치료 바이오시밀러 ‘CKD-11101’의 일본 내 임상과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향후 추가적인 기술 수출 가능성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추가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상승폭은 미미하지만 올해 가장 주목되는 바이오 종목은 다름 아닌 삼성물산이다.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의약품 업종에 포함되지 않지만, 지분법을 통해 바이오 자회사의 이익은 삼성물산 실적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바이오시밀러 생산시설을 잇따라 확충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30% 이상 저렴하게 공급될 전망이기 때문에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삼성이 진행 중인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면 매출은 물론 이익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SK증권 노경철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까지 36만ℓ(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춰 세계 2위 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로 글로벌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해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까지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끝없는 악재 우려감 외국인 ‘셀 코리아’ 불안불안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증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 경제의 향배는 미국의 금리정책과 함께 올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다. 해석이 엇갈리지만 분명 외국인들에게는 ‘셀 코리아(Sell Korea)’의 빌미가 되는 모습이다.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지난 4일과 7일 중국 증시가 두 차례나 7%가량 폭락하면서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증시가 출렁거렸다. 중국 정부는 증시가 폭락하자 주요 주주들에게 매도금지령을 내렸고, 외환통제책도 강화했다. 그러면서 공적기금 등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증시를 안정시키려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발 불안에도 코스피가 폭락하는 사태는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이다. 코스피에서 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지난 연말에는 매도 강도가 뚜렷이 약해졌다. 그런데 4일 중국 증시 폭락 이후 매도강도를 다시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또 다른 외국인 이탈 조짐이다. 지난해 1172.5원으로 마감했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며칠 새 1200원선까지 다다랐다.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 즉 한국 밖으로 돈을 옮기려는 수요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난 6일 북한의 핵실험도 또 다른 악재다. 과거 북한의 3차례 핵실험 당시 코스피는 일시적으로 출렁였지만,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았다. 이번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하지만 중국 불안과 강달러로 원화자산 보유가 불안해진 외국인들에게는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주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연초부터 중동발 유가 리스크와 더불어 중국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 재발된 점은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킬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원화 약세 흐름을 확대시킬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연초 들어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함께 위안화가 예상 밖으로 빠른 속도로 절하됐고 원화 역시 위안화 약세에 동조하면서 빠른 절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파른 이탈 추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경우 원화 가치의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는 “중국이 현재 3조 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있지만, 적정수준 대비 잉여분은 1조∼1조 5000억 달러”라며 “이 잉여분이 1년이나 2년 안에 소진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