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DB
그의 말에 의하면,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200종 이상이며 각각 조금씩 증상이 다르다. 따라서 몸의 컨디션이 나쁜데 원인을 잘 모르겠는 경우, 흔히 감기로 치부하기 쉽다는 것이다. 정말 감기라면 별 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개 일주일 안에 저절로 낫는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질병이거나 감기후유증으로 인한 세균성 감염일 때다.
가령 일주일 넘게 고열과 권태감에 시달리고, 노란 가래와 함께 물을 마실 때 목 부위에 통증이 있는 사람은 세균 감염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감기와 달리 세균성 폐렴이나 세균성 인두염은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만일 방치할 시엔 상당히 위험하다. 즉, 감기인 줄 알고 소홀히 했다간 자칫 큰 병을 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0% 가까이가 일 년에 1번 이상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간단하다. 곳곳에 감기 바이러스가 떠다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기 환자가 코를 풀었던 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면 거기엔 바이러스가 옮게 된다. 이를 다른 사람이 만지게 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바이러스는 체외에서도 3~4시간 정도 서식하므로 만약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식사를 하거나 입 주위를 만질 경우 살아있는 채로 체내에 침투하는 것이다. 지하철, 버스, 빌딩 출입문 등의 손잡이도 마찬가지다.
이들보다 전파되기 쉬운 것이 바로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발생하는 비말(飛沫·작은 침방울) 감염이다. 바이러스를 포함한 비말은 한번 재채기를 하면 시속 140㎞ 속도로 단숨에 7m까지도 이동이 가능하다. 기침 역시 5m까지는 날아갈 수 있으니 반경 2m 이내는 ‘위험지대’로 불린다.
그렇다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기시다 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손 씻기”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감기에 감염되기 쉬운 장소를 귀띔해줬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노래방이었다. 노래방은 밀실이라는 구조에 환기가 나쁘고, 마이크를 돌려가며 사용한다. 게다가 “침이 튈 정도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일행 가운데 한 명이라도 감기 환자가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만일 감기에 걸렸다면 노래방은 사양하는 것이 동료에 대한 배려라 하겠다.
노래방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한정된 장소는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회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식사 전이나 귀가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한다. 또 “사람은 무의식중 5분에 한 번씩 얼굴을 만진다”는 통계도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정 내에서는 젓가락과 양치질 컵 등은 돌려쓰지 않는 게 감기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다음은 감기와 관련된 속설이다. 흔한 질환이다 보니 감기에 얽힌 속설도 많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인해보자.
# 속설 [1] 감기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면 빨리 낫는다? = 정답 X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환이다. 바이러스의 보유량은 감염 2일차에 가장 많으며, 점점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후 증상이 가라앉으면서 별다른 치료 없이도 보통 3~7일 만에 치유된다. 다시 말해, 감기를 옮겨서 빨리 나은 게 아니라 나을 때가 돼서 나은 것이다.
# 속설 [2] 노인은 감기에 잘 걸린다? = 정답 X
흔히 노인은 신체 저항력이 약해 감기에 걸리기 쉽다는 편견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됐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반대로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기 쉽다.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가 많다는 점,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얼굴을 자주 만지고 입에 넣는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 속설 [3] 감기 예방에 효과적인 건 손 씻기보다 마스크다? = 정답 X
손 씻기가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마스크의 경우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 마스크는 올바르게 착용한다고 해도 콧등이나 뺨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작은 틈새로도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침입한다.
# 속설 [4] 물로 자주 입안을 헹구면 감기 예방에 좋다? = 정답 O
“살균력이 높은 구강청결제의 사용은 이로운 세균까지 없애 도리어 감기에 감염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로 입안을 헹구거나 녹차로 가글하는 편이 안전할 뿐만 아니라 감기 예방 효과도 충분하다.
# 속설 [5] 감기 치료제는 없다? = 정답 O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먹지 않으면 7일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감기는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시판 감기약과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 모두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작용은 없고, 항생제 또한 바이러스에 전혀 듣지 않는다. 다만 감기약을 잘 사용하면 열과 기침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럼, 수많은 감기약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사나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각 증상에 맞는 적절한 감기약을 복용하라”고 조언했다.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감기약도 있으므로 꼭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속설 [6] 백신을 맞으면 독감에 안 걸린다? = 정답 X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독감에 걸리더라도 그 증상이 경미하게 지나가기 때문에 지병이 있는 고령자들에게는 일정 부분 효과가 기대된다.
# 속설 [7] 감기가 빨리 나으려면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 정답 X
앞에서 언급했듯이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며,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다. 항생제 처방은 감기를 빨리 낫게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내성을 키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 속설 [8] 바이러스에 따라 감기 증상이 다르다? = 정답 O
먼저 리노바이러스는 코감기를 일으키기 쉽고, 아데노바이러스는 눈과 목에 염증을 생기게 한다. 코사키바이러스는 설사를, 그리고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고열과 함께 전신 근육통이 특징이다. 이처럼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무려 200종 이상으로 알려졌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