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발견된 C 씨의 지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평범해 보이던 이들 가족과 가까이 사는 한 이웃 주민의 말이다. 또 다른 주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부인이 딸의 등·하교를 매일 같이 챙겼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와 딸이 같은 학교를 다녀 종종 마주치며 인사도 나눴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웃 주민 대부분은 ‘평범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이 가족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다거나 주변을 시끄럽게 한 일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의 증언에선 또 다른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가족 구성원이 ‘셋’이었다는 것이다.
딸이 다니는 학교 측도 ‘세 식구’로 알고 있었다. 지난 2014년 딸은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학교 관계자는 “가정환경조사서에는 부모와 딸, 세 식구로 기록돼 있다”고 귀띔했다. 부인도 항상 “자녀는 딸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딸은 학교에서 가끔 의문스러운 말을 하곤 했다고 한다. “예전에 오빠가 한 명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딸에게는 오빠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1월 15일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부모와 함께 지냈다. 하지만 평범하게 지내온 딸과 달리 오빠 A 군은 그렇지 못했다. 참혹한 모습으로, 좁고 차가운 냉장고 안에 4년을 갇혀 있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A 군은 짐 더미에 섞여있던 가방 2개에 나뉘어 경찰에 의해 발견 됐다.
앞서의 가족이 네 식구에서 ‘세 식구’가 된 것은 지난 2012년 4월 30일부터다. 당시 7세였던 A 군은 입학한 지 두 달이 채 되기도 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A 군의 학교 측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12일, A 군은 교실에서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에 색연필로 낙서를 했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는 등 문제가 커지자 A 군의 어머니 B 씨(34)는 “아이는 앞으로 집에서 교육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실제로 A 군은 지난 2012년 4월 30일부터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이후 출석 독려장을 보내고 주민센터 측에 소재를 파악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부모와 연락은 닿지 않았다. 90일 넘게 장기결석을 한 A 군은 지난 2012년 8월 31일부터 ‘정원외관리대장’에 등록 됐다. 이후 4년이 흐르면서 A 군은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여동생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A 군의 행방에 대한 추적은 지난해 말, 인천에서 ‘11세 여아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가 앞서의 여아 학대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아동에 대한 전수조사 지시를 내리자, 그제야 방치돼 있던 A 군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아 A 군의 여동생이 다니는 인천의 초등학교를 통해 확인해, A 군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실을 알았다”며 “어머니 B 씨는 ‘아이가 어딨는지 모른다’ ‘가출했다’ ‘나이도 모르겠다’며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한 점이 많아 지난 13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 1월 14일 B 씨를 찾았다. B 씨는 경찰에게도 A 군의 행방에 대해 제대로 말 하지 못했다. 경찰은 A 군을 4년간 학교에 등교시키지 않고, 실종 신고도 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긴급체포했다.
다음날인 지난 1월 15일, B 씨를 추궁한 경찰은 남편 C 씨(34)의 소재를 확인했다.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배회 중이던 C 씨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150여m를 도주했고 인근 아파트에 숨어있다 경찰에 검거됐다.
‘아들 시신 훼손 사건’ 관련 경찰 브리핑 모습.
경찰 조사에서 C 씨는 “지난 2012년 10월, 평소 목욕하기 싫어하던 아들을 욕실에 강제로 끌고 들어오다 앞으로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 이후 의식을 되찾았으나 한 달 뒤 숨졌다. 병원에 데려가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부인 B 씨는 “아들의 사망 당일, 직장에서 남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정에 다녀온 이후 남편이 숨진 아들의 사체를 칼로 훼손했고, 집에서 사용하던 냉장고에 보관한 것을 알게 됐다”며 “혼자 남을 딸이 걱정 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남편 C 씨는 지난 13일, 부인 B 씨로부터 “학교에서 A 군을 찾는 전화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4년 만에 A 군을 냉장고에서 지인의 집으로 옮겼다. C 씨는 지인에게 “이사를 하려고 하는데 며칠만 짐을 맡아 달라”며 5여 점의 짐과 함께 A 군의 사체가 들어있는 가방 2개를 건넸다. 맡긴 짐 가운데에는 현금 300만 원과 의류 및 속옷 40여 점, 세면용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C 씨의 지인은 기자에게 “여러 개의 짐을 한꺼번에 맡겨서 일일이 다 열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아들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을 피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와 C 씨는 A 군의 친부모다.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모두 부인 B 씨와 남편 C 씨의 진술이 전부다. 다만 B 씨와 C 씨는 지난 2012년 4월 이후 A 군의 행적과 사망 원인, 시신을 훼손하고 냉장고에 보관한 이유 등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딸과 달리 아들에게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까닭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재 부부를 각각 분리해 정확한 경위를 집중 수사하고 있지만, 훼손된 A 군의 사체와 4년간 아들을 방치했다는 정황 외에는 진술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수습되지 않은 시신 일부에 대해 C 씨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이 역시도 확인된 바는 없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6일 오전 A 군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1차 감식 결과 얼굴과 머리에 변색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확한 결과는 2주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부인 B 씨를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고, C 씨에 대해서는 폭행치사 및 사체 손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추가로 법률지원팀을 구성해 부상당한 A 군을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