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타히티 지수
그런데 이번에는 브로커가 연예인의 SNS를 통해 직접 접근했다. 비록 양측의 ‘1 대 1 대화’ 형태로 공개되는 형태의 글은 아니지만 은밀한 제안이 오가기엔 브로커가 추적을 당할 수도 있는 접근이다. 그럼에도 자칭 스폰서 브로커라는 이는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지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느닷없이 스폰서 제안을 시작한다. 그가 지수의 인스타그램에 1 대 1 대화인 다이렉트 서비스로 남긴 글들이다.
“안녕하세요. 혹시 고급 페이 알바 틈틈이 일하실 생각 있으세요. 시간 조건 페이 다 맞춰드립니다. 관심 있으면 연락주세요. 평균 한타임에 60만~20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저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모임에서 고용된 스폰 브로커인데 멤버 중 손님 한 분께서 타히티의 지수 씨의 극팬이십니다. 그분도 지수 씨랑 나이가 비슷해서 20대 중반입니다. 그분께서 지수 씨 틈틈이 만나시고 싶어하는데 생각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많은 사람 만나실 필요도 없고 그 한 분만 만나시면 되니깐 생각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지수 씨는 한 타임 당 페이 충분히 200만~300만 원까지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 글을 남긴 이는 스폰서 브로커로 멤버십 모임에 고용돼 있는 인물이다. 정확히 어떤 만남을 제안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긴 힘든 글이다. 다만 ‘고급 페이 알바’라고 소개하며 페이를 타임당 60만~200만 원으로 소개한 뒤 다시 200만~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서 궁금증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모임’이다. 이곳은 스폰서 브로커를 ‘고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목적의 모임이며 어떤 이들이 멤버십 회원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스폰서 브로커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부적절한 목적의 모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칭 브로커의 글은 계속 이어진다.
“제발 부탁드려요. 페이 좋고 다 맞춰드리겠습니다. 비밀 절대 보장되며 손님 한분과만 만남 부탁드립니다.”
“생각 없으세요. 부탁드려요. 같이 일해요.”
거듭되는 제안의 글들로 여기선 ‘비밀 절대 보장’이 눈길을 끈다. 당연히 스폰서 브로커를 고용하고 있는 멤버십 모임인 만큼 비밀 보장은 이런 모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일 것이다.
“제가 한 타임 페이 100만 원 넘게 맞춰 드리겠습니다. 그냥 손님과 데이트를 즐기시면 됩니다. 쇼핑하시고 저녁 드시고 분위기 즐기면 됩니다. 진짜 한두 번만 하셔도 괜찮고 페이도 다른 곳보다 휠씬 더 좋습니다. 연락주세요”
“400?”
더욱 구체적으로 할 일이 명시된다. 소위 말해 데이트 주선인데 쇼핑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는 등의 평범한 데이트다. 따라서 성관계를 목적으로 한 만남은 아닐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임당 100만 원에서 최대 400만 원까지 페이에 대한 제안도 급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성관계 등 부적절한 만남이 아닌 일종의 데이트 시간을 주선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타임당 페이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업체들이 거래처 접대 등의 차원에서 이런 형태로 연예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예인과의 식사 자리를 만들어 주는 형태의 로비다. 과거처럼 술자리 접대나 성관계 주선이 아닌 단순한 식사 자리를 통한 접대가 이뤄지는 것. 수년 전 한 공무원이 이런 접대를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그렇지만 식사와 쇼핑을 한 정도가 전부인 터라 해당 연예인은 별다른 사법 처벌을 받진 않았다.
따라서 자칭 브로커의 제안만 놓고 봤을 때 이번 스폰서 제안은 성관계 등을 매개로 한 만남이 아닌 식사와 쇼핑 등 데이트 자리 주선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페이도 수천만 원이 오가는 기존 연예인 스폰서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결국 지수는 “이런 다이렉트 굉장히 불쾌합니다. 사진마다 댓글로 확인하라 하시고 여러 번 이런 메시지를 보내시는데 하지마세요. 기분이 안 좋네요”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힌 뒤 해당 브로커를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연예관계자들은 이번 건에 대해 겉모습만 다르게 보일 뿐 기존 연예인 스폰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제안만 보면 부적절한 만남이 아닌 팬과 스타가 함께 식사를 하는 수준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페이를 높여가며 그 이상의 뭔가를 제안할 계획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순수한 차원의 팬과 스타의 사적인 만남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페이를 정해서 만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자칫 연예계 전반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큼 확대될 수도 있다. 해당 브로커가 검거될 경우 문제의 ‘멤버십 모임’까지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브로커가 이와 유사한 방식, 또는 다른 방식으로 스폰서 브로커 행각을 벌인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실제 스폰서 제안을 받아들인 연예인까지 수사망이 확대될 수도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