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산업단지 공사 모습. 아래 사진들은 할랄 식품공장을 반대하는 인터넷 글과 SNS 글.
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 계획을 발표하고 사업 대상지로 전라북도 익산시를 선정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식품 전문 산업단지로 2014년 11월 시공식을 가졌으며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공단은 현재까지 약 120개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6개 기업과 분양계약이 체결했다. 단지에 입점하는 기업은 보조금 지원, 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을 계기로 할랄 식품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 식품 단지 조성도 이 협력 사업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뿐 아직 분양이 확정된 할랄 식품 관련 기업은 없다.
반면 기독교단체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벌써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반사회정책저지국민행동은 전주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테러예방국민운동 전북대회’를 열었다. 반사회정책저지국민행동은 보도자료를 통해 3가지 반대 이유를 들었다. 우선 할랄 식품산업에 대한 국제 경쟁력이 전혀 없어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동물보호법 위반을 들었다. 예를 들어 할랄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채로 소의 목을 잘라야 하는데 이는 동물보호법과 국제협약에 위반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할랄 식품 단지가 조성되면 무슬림이 대거 유입돼 익산이 IS 테러기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홍보관.
지난 12일 기자는 익산시 왕궁면 산업단지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단지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고 현장 옆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홍보관이 있었다. 기자는 홍보관에서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기독교 단체들이 익산시청뿐 아니라 홍보관까지 찾아와서 반대 집회를 가진다”며 “농식품부가 할랄 단지 지정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서 “할랄 기업이 들어오더라도 이들에게 특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 청원글에 등장하는 ‘약 50만 평 규모의 할랄 공장이 지어질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기업이 올지 몇 평을 사용할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이들 기업은 해외에 있는 이슬람 사람들을 고용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이슬람화되는 것이 목적’이라는 글 내용에 대해서는 “이슬람 기업이 오더라도 합법적인 심의절차를 다 거치는데 IS 같은 극단적인 집단과 비교하면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대단체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사회정책저지국민행동의 한 간부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논리대로라면 경찰서가 필요 없다. 전 국민이 범죄자는 아니지만 그 중에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며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코란에는 테러를 하라고 돼있으니 독실한 이슬람 신자는 테러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익산시 식품클러스터지원과 관계자는 “시민들로부터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농식품부도 정책적인 결정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할랄 식품 시장규모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세계할랄포럼에 따르면 무슬림인구는 약 17억 명이며 시장규모는 2013년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포럼은 2019년 시장규모가 2조 5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롯데칠성음료, 빙그레 등 국내 식품업체들도 할랄 인증을 받고 할랄 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에 부여된다. 이슬람 국가에 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필수 과정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가 할랄 인증을 담당한다.
이정상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장 겸 건강기능식품학과 교수는 “무슬림도 식품 섭취를 하기 때문에 분명히 수요가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무슬림의 구매 패턴을 이해하지 못해 시장을 뚫지 못해온 미개척 시장이다”라며 “확실한 인증절차를 거쳐 식품을 수출할 통로가 열린다면 분명히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회인 건 확실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며 “인증 내용 중에는 도축 전 기도문을 암송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실제로 기도문 암송을 하지 않고 말로만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인증의 형식만 갖췄을 뿐 실제로는 기도문 암송 등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해외에 알려질 경우 국내 식품산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