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이 LPGA 생활을 저보다 4년 먼저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인 것 같지만 저한테는 그 시간이 결코 짧은 것 같지가 않아요. 제가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그 선수는 미국 그린에 적응을 마친 상태였고 외조 잘하기로 소문난 남편의 든든한 지원과 후원 속에서 안정된 투어를 운영중이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정말 부러워요.”
박세리는 소렌스탐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소렌스탐이 있었기에 오늘의 박세리가 있다고 말했다.
“저라고 왜 1등에 대한 욕심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현실의 박세리는 늘상 소렌스탐의 뒷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했어요. 그를 따라잡기 위해 이를 악물고 피눈물 나는 연습을 하기도 했었고 지겨운 2위 자리에 신물이 나서 펑펑 울기도 했었죠. 그런 갈등과 번민 속에서 조금씩 성장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소렌스탐이 고마워요. 정말 장점이 많은 선수예요.”
박세리는 지난번 자신의 생일 때 집들이를 겸한 파티에 소렌스탐을 초청한 적이 있었다. 참석할 거란 기대를 갖지 않고 있다가 소렌스탐이 꽃다발을 들고 올랜도의 집을 방문하자 처음엔 무척 놀라웠고 그 다음엔 무척 고마웠다고 회상한다.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라이벌 관계는 시합 당시에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시키지만 필드를 벗어나선 인생의 좋은 선후배 사이로 이끌어주는 모양이다. 그 냉혹하다는 LPGA에서도 말이다. 박세리가 ‘명예의 전당’ 입성 말고 또 다른 목표를 세운다면 분명 소렌스탐을 제치고 1인자의 자리에 등극한다는 드라마틱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