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 엔터테인먼트
시우민은 이날 MBC 설특집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아육대)’ 풋살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와 부딪혀 무릎을 다쳤습니다.
동료 아이돌 부축을 받고 경기장 밖으로 나간 시우민은 간단한 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시우민이 오른쪽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보호를 위해 반깁스한 상태”라고 밝히면서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회복상태를 체크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우민의 부상이 알려진 과정에서 또 한 사람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로 시우민과 부딪힌 이종격투기 김동현 선수였습니다. 시우민에게 태클을 건 상대가 김동현 선수라는 게 밝혀지자 일각에서는 “김동현 엑소 건드렸네. 당분간 한국 떠나있어라” “김동현 이민각”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아이돌 팬은 가족까지 건드린다”는 섬뜩한 언급도 뒤따랐습니다.
엑소가 워낙 막강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어 시우민을 다치게 한 죄 엄히 다스려질 것이라는 염려였습니다. 엑소의 공식 팬클럽(엑소엘)의 회원수는 300만 명을 넘어 새누리당 당원 수보다 많습니다. 그들의 화력은 개인이 감당하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김동현 선수는 시우민의 부상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의아니게 엑소 시우민 씨와 사고가 있었습니다. (생략) 빨리 낫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앞으로의 일정에도 큰 차질이없길 바라겠습니다. 아육대 제작진분들께도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사진=김동현 인스타그램
해당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우려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김동현님도 많이 놀라셨죠. 마음 잘 추슬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민석(시우민 본명)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민석이 다친 건 마음 아프지만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고 죄책감 갖지 마세요” “고생하셨어요. 앞으로도 좋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쉬세요♥”와 같은 훈훈한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일각의 우려가 머쓱할 정도입니다. K-pop이 성장함과 동시에 팬덤 문화 역시 성숙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사생팬과 같은 일부 악질적인 부분이 잔존하고 있지만 일부를 통해 전체를 판단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엑소엘의 화력은 김동현 선수 대신 아육대 제작진과 MBC에게 향하는 형국입니다. 시우민 부상 직후 전개된 아육대 폐지 서명 운동도 그 일환일 것입니다. 사실 아육대 폐지는 해마다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시청률이 잘 나오는 탓인지 6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육대’ 폐지서명운동 캡쳐
아육대와 같이 100여 명이 넘는 아이돌을 한날 한 장소에 모이게 한다는 것은 지상파 방송국만이 가능한 ‘권력’과도 같습니다. 부름을 받은 아이돌 측은 녹화를 위해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은 기본, 길게는 한 달 넘게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인지도가 없는 그룹의 경우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들 합니다. 그건 방송사의 입장일 뿐, 팬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본업도 아닌 한 방송사의 특집에 출연하느라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들이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상황을 언제까지 묵인해야 할까요.
안전에 대한 제작진의 불감증은 더는 눈감아주기 힘들어졌습니다. 지난해 추석 아육대 녹화 이후 한 PD는 “참가자들이 부상없이 녹화를 마쳤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마마무 문별이 넘어져 다쳤다는 기사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아육대 녹화 이후 갓세븐 잭슨과 주니어가 하고 다닌 깁스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제작진은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야만 부상으로 보는 것일까요.
아육대 폐지를 기원합니다. 중요하니까 두 번 언급합니다. 아육대 폐지 소취.
김임수 온라인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