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총리는 무려 4명의 후보를 지원하는 등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일 대구 달서병에 출사표를 던진 남호균 예비후보의 측근의 말이다. 배우 박상원 씨는 현재 시청률 30%를 돌파하고 있는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도 열연 중이다. 같은 날 오후 2시, 박 씨는 남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저는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 남 후보가 대구와 달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씨와 남 후보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던 걸까. 앞서의 측근은 “2004년경 남 후보가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 박 씨와 첫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 행사를 같이 다닐 때도 두 사람이 인연을 이어갔다”며 “박 씨가 대구 수창초등학교를 졸업해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아무래도 유명한 사람이 후원회장이 되면 후원금 모집도 수월하다. 후보가 영입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의 정치적 행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박 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무상급식 관련, 서울시 주민 투표 독려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비후보들이 스타 후원회장 모시기에 목을 매는 이유는 정치자금과 인지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는 지역구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의원들은 의정보고회를 통해 자신의 치적을 꾸준히 홍보할 수 있다. 반면 예비후보들은 중앙선관위에 후보등록 직후부터 제한적인 선거운동만 가능하다. 선거자금 모금에도 한계가 있다. 이름값이 떨어지다 보니 돈이 쉽사리 모이지 않는 것. 정의당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 이후 지구당 제도가 폐지되면서 특히 소수정당 예비후보들의 후원금 모집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물론 예비후보자도 후원회를 통해 1억 5000만 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후원회장의 역할은 각 캠프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역의 경쟁자가 단일화가 잘 이루어지는 경우, 상대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지역 기반이 약한 후보는 지역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인물을 후원회장으로 앞세운다”고 밝혔다. 더민주 당직자도 “명망 있는 사람들이 후원회장을 맡으면 효과가 좋다. 실질적인 역할은 많이 없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이 사람을 보증할 수 있다’는 의미가 강해 그런 사람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원, 문성근.
문 씨는 2014년 7·30 재·보궐 선거 때도 조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고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조 후보의 후원회장이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분이 후원회장을 맡으면 후보입장에서 큰 힘이 된
박상원, 문성근.
전직 국무총리 역시 후원회장에 제격이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의 후원회장은 단연 김황식 전 총리다. 김 전 총리는 후원회장 ‘겸직’을 불사하며 무려 4명의 후보들을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다. 최형두 전 국회대변인, 허용범 동대문갑 당협위원장,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수영 수원정 당협위원장의 후원회장이 바로 김 전 총리다.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한 박선규 전 차관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제가 차관 재직 시절에 김 전 총리 밑에 있었다. 그때 저를 좋게 보셨다.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도 제가 도왔다”며 “총리의 성격상 아무나 후원회장을 하겠다고 하진 않는다. 평소 눈여겨봤던 사람들을 돕고 계신다”고 말했다.
영입 경쟁이 활발하면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최 전 대변인의 최측근은 “김 전 총리가 저희 후원회장을 제일 먼저 맡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허용범 박선규 후보 얘기가 나왔다”며 “세 사람 모두 서울시장 선거 때 총리를 도왔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반면 허 후보의 측근은 “지방선거 이후 우리 후보와 총리는 꾸준히 만났다. 우리가 가장 먼저 선두그룹으로 김 전 총리를 모셨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를 둘러싸고 활발한 영입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
그렇다면 김 전 총리의 ‘프리미엄’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지난 19일 기자는 동대문갑에 출마를 선언한 허 위원장의 선거캠프를 찾았다. 사무실 건물 외벽은 물론 곳곳에 김 전 총리와 허 위원장이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허 위원장 측 관계자의 분석이다.
“지역 주민들이 김 전 총리를 보고 우리 후보에 대해 네트워크가 강하고 탄탄한 사람이란 평을 한다. 이처럼 후원회장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 김 전 총리와 허 위원장의 관계는 제가 너무 잘 안다. 서로 인간적이고 친밀하다. 데이터 분석 결과, 캠프에선 김 전 총리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다. 지금 여야 각 지역구의 선거 캠프에서 영입 열풍 불고 있어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장하성 교수도 후원회장 물망에 오르내린다고 들었다. 후원회장은 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자 역할을 한다. 후원회장이 역할을 잘한다면 지역의 네트워크는 물론 지지자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수휴, 강금실.
그야말로 뜻이 ‘통’해서 후원회장을 맡기도 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충북 제천·단양에 출마를 선언한 이후삼 예비후보와 경기 수원을에 도전장을 던진 백혜련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 후보와 강 전 장관은 참여정부 평가포럼과 노무현재단에서 함께 일했다. 백 변호사의 측근은 “백 변호사가 검사 시절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외치며 사표를 쓰고 나갔을 때 강 전 장관이 전화로 격려를 해줬다. 그 이후 친교관계를 유지해왔다”며 “2014년 재보선 때도 강 전 장관이 제천·단양 지역을 격려차 방문했다. 두 사람이 검찰 개혁과 관련해 공통분모가 있어 후원회장을 요청하자 강 전 장관이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