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국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 동안을 지역위원장, 전재수 더민주 부산 북강서갑 지역위원장, 김교흥 더민주 전 의원(왼쪽부터)은 총선에서 잇따라 같은 상대에게 패배했지만 지역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안 되더라도 절대 포기 안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다.”
지난 21일 이정국 더민주 경기 안양 동안을 지역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의 목소리에선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 지역에 네 번째 도전장을 던진 이 위원장은 “보통 서울 강남·서초 쪽은 후보들이 한 번 떨어지면 포기하고 떠나곤 한다. 안양 동안은 지리적으로 강남·서초에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며 “10년여 전 누구도 이곳에 깃발을 꽃지 않았을 때, 저는 밭을 갈고 씨앗을 심었다. 제 둘째딸이 보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장애인이다. 딸아이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려면 무엇보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6년째 이 위원장의 상대는 같았다. 바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다. 심 의원은 16대 총선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내리 4선을 했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심 의원과 맞대결을 펼친 이 위원장은 “안양은 심재철 이종걸 의원이 4선, 이석현 국회 부의장이 5선을 하고 있는 도시인데 지금까지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심 의원의 측근은 “이 위원장은 세 번 출마하고 네 번째 도전하는 거니까 누구보다 필사적이지 않겠느냐”며 “총칼만 들지 않았지 선거는 전쟁이다. 도전자 입장에선 어떤 ‘꺼리’를 만들어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5월 이 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안양시등산연합회가 안양시장기 등산대회를 주최했다. 대회가 마무리된 뒤 심 의원은 경기도 등산연합회에 공문을 보내 이 위원장의 회장 인준 취소를 요청했다. 앞서의 심 의원 측근은 “등산연합회라고 말은 그렇게 해도, 선거운동 성격이 다분했다”며 “지난해에 있었던 일이니까 올해 총선을 대비한 선거운동이나 다름없어 그런 요구를 했던 거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격노했다. 그는 “등산대회를 정치적 모임이라 한 건 말이 안 된다. 집에서 아버지가 가장 역할을 하고 정당에서 정치인의 역할이 있듯, 등산연합회 회장이 등산대회를 여는 건 당연하다”며 “순수한 활동인데도 심 의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임명 취소를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의원과 이 위원장의 대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안양교도소 이전, 호계사거리 전철역 유치 등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수년째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전재수 위원장은 위협적인 상대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공방이라고 한다면 공격하는 건 그쪽이고 방어는 우리다. 불리한 국면이다.”
21일 기자와 만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실 김태호 보좌관의 말이다. 김 보좌관은 “부산 사하·사상·북강서갑 지역을 일컫는 서부산권은 원래 야권세가 강하다.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했지만 그동안 사하와 사상 쪽을 야권이 했을 정도면…”이라며 “저쪽이 판세가 유리하다고 말하는 게 이해는 간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이 언급한 인물은 전재수 더민주 부산 북강서갑 지역위원장이다. 박 의원과 전 위원장은 18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자웅을 겨루었다. 당시 57.3%를 얻은 박 의원은 38.6%에 그친 전 위원장을 꺾었다. 다음 19대 총선에서 두 사람 간의 표차는 3000여 표에 불과했다. 전 위원장이 맹렬한 기세로 박 의원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우물만 판 지 벌써 12년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18대 총선 때는 MB(이명박) 열풍을 이겨내고 나름 선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부산인지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조직적으로도 밀리지 않도록 이전보다 더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강서갑 지역 여론은 박 의원에게 더 우호적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는 <국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12월 21~25일 부산·울산·경남 주요 10개 선거구 주민 5000명(지역별 500명)을 대상으로 4·13 총선 가상대결을 실시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그 결과 박 의원은 43.9%의 지지율을 기록해 20.3%밖에 얻지 못한 전 위원장을 23.6%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김태호 보좌관은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왔지만 지금은 엄연히 말해 평시다.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또 모른다. 외부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전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던가. 인천 서구·강화군갑에 출마한 김교흥 전 더민주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송병억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그러나 18대 총선에서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의 도전으로 김 전 의원의 재선은 좌절되고 말았다. 절치부심한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이 의원에게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한 번 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은 “이번 총선이 세 번째 싸움이다. 분위기는 박빙이지만 우리가 다소 우세하다”며 “이 의원의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 옛날에 친박이었는데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나서 비박이 됐다는 얘기가 많다. 당내 지지가 많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이점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친박색이 옅어졌다고?”
21일 이 의원의 최측근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 측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지금도 이 의원은 실시간으로 청와대와 연락하고 지낸다. 의원님이 청와대 전화번호를 공개해서 보여줄 수도 없고…”라며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남자인 게 확실한데 주변에서 ‘요즘 남자 아니라고 하는데 맞니?’라고 물었을 때 본인이 옷을 벗어서 보여줘야 하나. 진짜 친박은 자기 입으로 친박이라고 말 안 하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최근 국회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았다. 선거구 재획정과 관련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박근혜 캠프의 비서실장이었던 이학재가 김 대표와 더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이 의원의 최측근은 “그런 말이 도는 것은 상대방의 음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이 비박이라는 말들을 고의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며 “오히려 진짜 자신 없는 사람들이 친박이라 한다. 청와대에선 암묵적으로 놔두고 있지만 청와대와 가장 수시로 연락하는 사람은 이 의원 말곤 아마 없을 거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3선 중진을 꿈꾸고 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세 번째 도전으로 금배지를 되찾길 바라고 있다. 서구·강화군갑의 ‘리벤지 매치’가 이목을 끄는 이유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