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전방추돌방지 장치는 보행자를 인지하고 운전자가 아무 조작을 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 정지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운전대뿐만 아니라 자동변속기도 기계적 연결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재규어 XF는 변속기가 다이얼 방식이고, 시동이 꺼지면 다이얼이 본체 안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자동변속기 레버가 센터터널 쪽에 있지 않고, 운전대 오른쪽에 있다. 일반 차량들의 빗물 제거용 와이퍼 위치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자동 변속기 차량에서 센터터널 쪽에 변속기 레버가 있는 이유는 아날로그 차에서 느껴지던 ‘손맛’을 재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가속페달 또한 전자적으로 연결돼 있다. 과거 아날로그 차에서는 가속페달과 엔진 스로틀밸브가 와이어로 연결돼 발 조작이 직접적으로 스로틀밸브 개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가속페달은 물리적으로 스로틀밸브를 여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중앙연산장치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에게 ‘스로틀 밸브를 열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 신호를 받은 모터가 스로틀밸브를 열어 흡입공기를 더 많이 엔진 실린더에 주입하게 된다. 급발진 논란은 바로 이런 가속페달의 전기적 특성에서 나온다. 수동 변속기 차량은 가속페달과 스로틀밸브의 연결은 전기적이지만, 클러치는 기계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왼발을 떼면 구동력 전달이 안 되므로 급발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운전대·자동변속기·가속페달이 전기적으로 모두 바뀌었지만, 브레이크만은 아날로그식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동차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운전대·자동변속기·가속페달은 오작동 시 주행을 안 하면 그만이지만, 브레이크 고장으로 차가 서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서는 브레이크도 전자적으로 제어해야 하므로, 브레이크도 점차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다.
GPS와 내비게이션은 너무 흔해서 첨단기술이라고 하기에도 겸연쩍다. 하지만 GPS와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자율주행차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충돌방지장치가 우수해도 길을 찾아가지 못한다면 운송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적용된 첨단 기능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기는 기반이 됐다. 사진은 주변 차량과 도로 상황을 인지하는 기능을 나타낸 개념도.
일반 운전자들이 조금 신기하게 여길 만한 전자장치로 스마트 크루즈콘트롤(SCC)이 있다. 메이커에 따라서는 어댑티브 크루즈콘트롤(ACC), 어드밴스드 크루즈콘트롤(ACC)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크루즈콘트롤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장치지만, 스마트 크루즈콘트롤은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가 추가된다. 앞차가 내 차보다 빠르면 지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속도를 늦춰 설정한 거리만큼을 유지한다. 과거엔 커브길에서 센서가 앞차를 놓치면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급커브에서도 앞차와의 간격을 인지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발전했다.
차선이탈방지 장치도 원리를 생각하면 신기하다. 요즘 대부분의 고급차에 달려 있는 이 장치는 방향지시등(깜빡이) 없이 차선을 이동할 경우 경고음 또는 운전대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주의신호를 보낸다. 이는 룸미러 앞쪽에 달린 카메라로 입력된 영상을 소프트웨어가 차선으로 인지하는 해석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제법 인식률이 좋은 장치는 점선으로 된 차선을 넘을 때는 경미한 경고를 보내지만, 실선(중앙선)을 넘을 때는 맹렬한 소리와 진동을 낸다.
차선이탈방지 장치의 목적은 졸음운전을 막는 것이다. 최근 졸음운전방지 장치는 차선이탈 인지기능에 더불어, 졸음운전 시 운전습관까지도 반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운전대 조작 회수나 조작 속도, 가속페달에 가해지는 압력 등을 종합해 졸음 상태를 감지하는 식이다.
뭐니 뭐니 해도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전방추돌방지다. 아무리 길을 잘 찾아가는 차라도 장애물 앞에서 멈추지 못한다면 달리는 흉기일 뿐이다. 대표적인 전방추돌방지 장치는 볼보가 2006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씨티 세이프티’ 기능이다. 자동차 사고의 75%가 시속 30㎞ 이하에서 발생한다는 통계에 주목해 저속에서 추돌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는 장치를 선보였다.
이 기능의 의의는 자동차 디지털화에 가장 보수적이던 부품인 브레이크를 전기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방추돌방지 장치는 이후 미국 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자동차 평가 요소에 반영돼 현재 ‘프론트 크래시 프리벤션(Front Crash Prevention)’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
볼보는 또한 2010년 세계 최초로 전방 레이더(센서)와 카메라로 사람의 형태를 인지해 충돌을 막는 기능을 장착한 차량을 출시했다. 운전자가 미처 이런 경고에 반응하지 못했을 때 최종적으로 차량은 스스로 멈추게 된다. 전방추돌방지 및 보행자추돌방지 장치가 의무화된다면, 앞으로는 화가 나서 자동차를 몰고 건물을 덮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차가 장애물을 감지해 스스로 서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후방추돌방지 장치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의 차를 미처 보지 못 하고 추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센서가 이를 감지해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기능이다. 이런 첨단 기술은 이후 자율주행차량의 기반기술이 되어 무인자동차 시대를 성큼 앞당기게 했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