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 ||
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국내 운동선수들이 받는 협찬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스타 플레이어들과 협찬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국내 TV 프로그램의 연예인을 이용한 스타 마케팅은 IMF 경제난 이후에 크게 늘어났다. 일반 광고비보다 싸면서도 파급력은 크고, 프로그램 방영 즉시 매장에서 반응이 나타날 정도로 홍보효과가 빠르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인기 연예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협찬 제품들이 이제 스포츠 스타들에게로 차츰 옮겨지고 있다. 매년 억대 연봉 선수가 탄생하고 웬만한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연예인과 비교할 때 스타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협찬 품목의 리스트나 성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연예인의 경우 목걸이, 귀고리, 머리핀 등 액세서리에서부터 의류, 핸드백 등 소품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냉철하게 고려해 마케팅이 추진된다면 스타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협찬은 아직은 ‘친분’이나 격려 차원에서 비롯된 ‘선물’의 개념이 강하다.
즉 뚜렷한 판촉 효과를 노리고 특정 선수를 선택한다기보다는 주로 인맥에 얽힌 친분 관계나 호감도 등에 따라 협찬이 이뤄지고 있는 것. 이렇다 보니 협찬 품목의 대부분이 해당 종목의 장비, 체력유지에 필수적인 보약 및 보양식, 목걸이와 같은 액세서리, 그리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건강관련 제품 등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에는 명품 귀금속 브랜드 ‘블리스’(Bliss) 제품이 정수근(롯데 자이언츠), 이관우(대전 시티즌)에게 협찬돼 눈길을 끌고 있다. ‘블리스’는 이탈리아 축구국가대표인 델 피에로가 모델로 유명한 다미아니 계열의 브랜드. 두 선수에게 협찬된 제품(귀고리 목걸이)의 가격은 50만∼60만원대로 알려졌다.
평소 화려한 치장을 즐기는 정수근의 경우 이 제품을 즐겨 써 왔고 이관우는 대중적 인기와 함께 회사 관계자와 친분이 있다는 점이 선정의 배경이 됐다는 후문. 협찬사의 한 관계자는 “정식으로 협찬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시합 때에는 항상 착용한다는 조건 등 강제성도 없다”면서 “스타 플레이어에게는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홍보효과 같은 건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선물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유독 건강 관련 식품들의 협찬이 많다. 몇몇 선수에게는 홍삼 엑기스라든지 장어즙 같은 건강 보양식이 줄을 잇기도 한다. 이승엽(지바 롯데), 진갑용(삼성 라이온즈), 신태용(성남 일화) 등은 팬을 자처하는 한의사로부터 직접 보약을 협찬받기도 한다고.
이처럼 비공개적인 협찬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전속계약을 맺고 협찬 제품을 받으며 1석2조의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다. 월드컵 스타인 홍명보는 지난해 12월 화이텐코리아와 2년간 제품 지원 및 광고 전속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홍명보가 협찬받는 제품은 혈액순환과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라쿠와(RAKUWA) 목걸이와 팔찌 등. 또한 홍명보는 올해까지 입국할 때마다 쌍용자동차에서 최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기도 한다.
외국에서 주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는 항공사에서 ‘협찬’으로 편의를 제공한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나 박세리(CJ)는 아시아나항공에서 평생 무료로 1등석을 제공하기로 했고 대한항공에서는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역시 같은 서비스를 협찬하고 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