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스(위)’라는 자체 드러그스토어 브랜드를 운영 중인 신세계가 영국 최대 규모 체인 ‘부츠’를 들여온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신세계가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새삼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 2012년 자체 브랜드인 ‘분스’를 출점하면서 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보여준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오프라인 매장을 7개밖에 내지 못한 데다 실적 또한 부진하다.
부츠와 계약한다는 것은 같은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의 실패를 해외 유명 브랜드의 힘을 빌려 만회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 신세계 관계자는 “최종 계약을 하고 난 후 갈 길이 정해질 것”이라면서 “분스를 접을지, 부츠와 시너지를 도모할지 결정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 브랜드 실패라고 평가하기는 무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같은 시장에서 현재 갖고 있는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온다는 것은 경쟁업체와 비교해 사업 역량이 달린다는 방증이다.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은 1999년 12월 시작한 CJ 자체 브랜드로서 현재 전국 55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론칭·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국내에서는 일반 매장에서 약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드러그스토어라는 이름보다 ‘헬스 앤 뷰티 숍’이라는 표현이 맞다”며 “1인가구의 증가와 여성 고객들의 관심도가 증폭해 앞으로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의점 ‘위드미’ 사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신세계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장시키는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비교적 쉽게 돈을 버는 경향이 있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스타벅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문제는 로열티 등을 지불하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커피가 세계에서 독일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등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세계 주요 도시보다 커피값이 비싼 셈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므로 알려주기 힘들다”며 커피값이 비싼 이유를 환율 등의 문제로 돌렸다.
신세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 스타벅스와 신세계가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눈다”고 말했다. 로열티는 미국 스타벅스에 돌아가는 50%에 포함되지만 관세를 비롯한 세금은 신세계가 부담한다. 소비자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패션사업을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디젤, 갭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는 자주(JAJU), 디자인 유나이티드 등이 있으나 주로 이마트 등 대형 마트 중저가 코너에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출발점이 백화점 해외사업부인 영향도 있다”며 “하지만 전체 매출의 60%가 국내 자체 브랜드에서 나오는 만큼 해외 브랜드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시장에 쉽게 진출하는 성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독자 브랜드를 론칭하고 정착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내 브랜드 개발·성장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해외 브랜드 수입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봐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