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린이대공원 지하철유치 서명운동 모습.
[일요신문] “어린이대공원 가는 지하철을 만들어주세요. 주말마다 공원 입구는 차들로 꽉 막히는데다 어린이들이 탈 게 버스밖에 없어요. 어른들이 힘을 모아 지하철 만들어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어린이공원이나 동물원으로 구경 가게 해주세요.”
지난해 12월 8일 열렸던 지하철유치세미나 당시 부산 초읍초등학교 5학년 김규린 어린이가 했던 말이다.
이와 같이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지하철을 유치해야 한다는 열망은 높지만, 현재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어린이대공원 주변에서는 지하철 유치문제를 놓고 주민들끼리 갑론을박하는 장면까지 종종 목격된다.
불가능하다는 쪽의 논리는 ‘경제성’이다. 도로와 철도 등 대형 국책사업을 시행하려면 먼저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게 된다. 여기서 경제성이 확인돼야 예산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바로 이 경제성 논리가 현재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하철을 유치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은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인 바로 이 당위성이 경제성에 앞선다고 보고 있다. 이들 유치파들은 최근 혹한 속에서도 어린이대공원 지하철유치 서명운동에 본격 나섰다.
당위성을 주장하는 박종수 씨(가명)는 “우리나라에는 6개 대도시에 어린이공원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부산어린이대공원만 유일하게 지하철이 연결돼 있지 않다. 지하철이 다니는 다른 5개 어린이대공원의 경우도 당초 지하철 유치 얘기가 나왔을 때 반드시 경제성이 탁월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위해 당연히 지하철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어린이대공원의 경우엔 바로 옆에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이 설치돼 있다. 대구어린이대공원에도 지하철 3호선이, 인천대공원은 경인1호선이, 광주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광주1호선이 다니거나 곧 개통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부산어린이대공원만 유일하게 지하철이 다니질 않고 있다.
또한 유치파들은 경제성만 따져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미완성에 가까운 부산도시철도 4호선을 어린이대공원을 지나는 구간으로 확장하면 당위성과 경제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 지하철의 경우 1∼3호선이 길이가 40㎞ 전후에 달하는 것에 비해 유독 4호선만 1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하철 4호선 미남역에서 시작, 사직야구장∼초읍어린이대공원∼부산시민공원∼당감동∼수정산터널∼부산역∼북항 재개발지역을 연결하게 되면 4호선의 총 길이 역시 40㎞ 정도에 이른다.
박 씨는 “초읍·연지·당감·부암동에 사는 인구만 하더라도 10만을 훌쩍 넘긴다. 게다가 연 관중 100만 이상의 사직야구장, 어린대공원·동물원·부산시민공원·국악원을 고려하면 황금노선이 따로 없다. 충분히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정치인들이 이를 두고 했던 발언이 새삼 되새김질이 되고 있다. 현 지역구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지난 19대 선거운동 당시 부산진구 초읍과 북구 덕천동을 연결하는 초읍 경전철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어린이공원 지하철 유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박 씨는 “지하철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게 이유다. 이는 국회의원이 부산진구에서 계속 살아갈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원 스스로가 이곳에서 평생 살 것이라고 여기지 않아 주민들이 호소하는 교통 불편 등을 무심히 지나쳤다고 본다. 이제라도 정치인들이 지하철 유치문제가 철저하게 ‘우리 동네 숙원사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