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알선이 조직의 대표사업인 경우 많게는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내는 곳도 있다. 사진은 영화 <비스트 보이즈>의 한 장면.
조직폭력배들이 가장 많이 운영하는 사업은 역시 ‘유흥업소’다.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으로 조직폭력단체 구성원 307명 중 조직운영 사업에 ‘유흥업소 직접운영’이 포함된다고 응답한 경우가 ‘7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접운영이 아니더라도 진상 손님을 처리하거나 경쟁자들을 위협하는 ‘유흥업소 영업보호’ 사업도 45%로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즉 상당히 많은 조직에서 유흥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직이 직접 운영하는 유흥업소 유형 ‘톱3’는 ‘단란주점(룸식)’(54.9%), ‘룸살롱’(54.6%), ‘바’(46.6%) 순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노래연습장(35.6%), 남성전용 노래방(33.0%) 단란주점(홀식)(32.9%), 관광호텔나이트(24.7%) 등으로 이어졌다. 조직이 영업보호를 하는 유흥업으로는 관광호텔나이트(15.6%), 고고(디스코)클럽(10.9%)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흥업의 경우 조직 전체가 관여하면 향후 수사당국에 적발됐을 때 치명적일 수도 있기에 조직의 최소 핵심 인원과 일반인이 손을 잡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일반인들이 바로 ‘투자자’와 ‘바지사장’ 등이다. 투자자의 경우 직접 운영을 하진 않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어 권력가나 재력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조폭은 투자자들에 대해 “골프장 운영을 하는 사람들이나, 로타리클럽 회장들, 나라에서 위치가 있는 사람들, 중소기업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라고 전했다.
‘유흥업소에 바지사장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응답자의 44.4%(32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업소의 불법 요소가 쌓이면 새롭게 인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지사장의 임기는 3년 이내라고 대다수 조폭들은 입을 모았다. 투자자와 바지사장을 통칭하는 이들의 용어는 ‘반달’이다. 조폭은 아니지만 자금은 있고 조폭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일반인을 의미한다.
충격적인 것은 조폭들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사업이 단순한 유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에 응한 조폭 대부분이 유흥업소에서 성매매와의 연결이 이루어져야 손님이 오고 수익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폭 수감자 307명 중 조직이 운영하던 사업에서 ‘성매매알선’이 포함된다고 응답한 인원은 103명(33.6%)로 나타났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조직범죄단체의 수익구조가 외견상으로는 유흥업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지만, 수익 창출의 핵심 콘텐츠는 성매매영업에 있으며 창출된 수익의 운용, 관리는 대부업을 통하여 한다는 가정이 저변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폭들은 성매매 사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초기 자본이 적게 들면서 고수익이 난다는 점을 꼽았다. 설문에 따르면 성매매알선이 조직의 대표사업인 경우 연간 매출액은 최하 1000만 원 이하에서 최고 500억 원 이상까지 광범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이가 어린 조폭들 사이에서 성매매 영업은 단연 인기다. 광주 지역에서 활동한 20대 초반 조폭 A 씨는 “저희 나이대, 19살부터 20살까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거진 다 성매매밖에 없다”라고 고백했다. 수감되기 전 A 씨는 출장성매매, 대딸방, 키스방, 오피스텔, 보도방 해외(마카오) 등을 두루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리포트에서는 성매매 영업의 특성으로 조폭의 연령에 따른 사업 차이를 꼽았다. 나이가 많은 조폭이 명분도 없이 스케일이 작은 성매매 영업을 한다면 후배 조폭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포트에 따르면 10대와 20대 조폭은 주로 ‘조건만남’ ‘보도방’ ‘오피스텔’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와 40대 조폭은 ‘보도방’ ‘오피스텔’ ‘키스방’ ‘대딸방’ ‘마사지업’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역삼동 인근 호스트바의 남자 도우미들. 오른쪽은 서울 강남구 모텔이 밀집해 있는 거리. 최준필 기자·고성준 인턴기자
특히 이중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영업은 조폭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투자금액 대비 수익이 높고 단속에 적발될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보도방’(여성들은 유흥업소에 투입하는 곳) 역시 마찬가지다. 사무실도 딱히 필요 없고 인맥을 통해 아가씨만 모으면 되기 때문에 조폭들이 초반에 가장 많이 하는 성매매 영업 중 하나다. 경북에서 활동한 30대 중반의 한 조폭 수감자는 “보도방이 제일 쉽다. 초반에만 잘 다져두면 알아서 크고 하니까. 업소가 50군데 있으면 30군데 이상은 아가씨가 있냐고 저한테 전화가 왔다”라고 전했다. 조폭들에 따르면 소규모 보도방은 아가씨 10~15명, 대규모는 100~150명에 달한다.
여기에서 변종된 성매매 사업도 눈길을 끈다. 남자들이 투입되는 ‘호스트바 전용 보도방’이나 10대 미성년자만을 쓰는 보도방 등이다. 광주에서 활동한 한 20대 중반 조폭 수감자는 “저희는 나이 많은 여자 안 썼다. 20대 중반 되는 여자들은 머리가 트였다”며 “성인 여자의 경우 시간당 3만 원이라고 하면 5000원에서 많으면 1만 원을 뗄 수 있다. 그런데 미성년자는 시간당 1만 5000원을 뗄 수 있다. 돈이 되니까 미성년자를 많이 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조폭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아가씨들이 2차에 자주 나가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는 눈치도 보였다. 보도방을 운영했던 한 조폭 수감자는 “룸보도 같은 경우에 애프터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2차 나갔다가 또라이 같은 애들 만나면 사건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조폭의 정체가 들키고 구속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주의한다”라고 전했다.
호스트바에 투입되는 남성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경기 지역에서 활동한 한 조폭 수감자는 “(조폭) 선배들은 오히려 호스트바를 운영한다. 종사자가 남자들이기 때문에 관리하기 쉽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비싸다. 성매매 비용이 50만 원이 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호스트바의 경우 단속이 엄청나게 들어와 통상 길어야 6개월 정도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조폭들의 증언이다. 이 외에도 조폭 성매매 업계에는 중년 여성들이 뛰는 ‘구미식’이라는 사업도 존재한다. 경북 구미에서 파생돼 ‘구미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년 여성들이 룸에서 5만 원에서 10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는 사업이다. 수도권보다는 일부 지방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포트에서는 조폭 성매매 업계의 최신 트렌드도 감지된다. 이른바 ‘해외 진출 및 영입’이다. 최근 들어서 오피스텔 성매매에는 태국 여성들이 대거 진출했다고 한다. 부산 지역에서 오피스텔, 귀청소방 등을 운영했던 한 조폭 수감자는 “태국 애들 데리고 와서 석달에 300만 원만 주면 우리는 그 10배가 되는 돈을 받기 때문에 여행비자해서 데리고 온다. 대신 같은 애들은 다시 안 쓴다”라고 전했다.
통상 동남아 국적 외국인들은 관광비자로 3개월 동안 국내에서 체류가 가능하다. 조폭 사이에서 ‘3개월 순환’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손님들이 동일한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를 원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불법 체류를 시키기보다는 더욱 순환을 시킨다고 조폭들은 입을 모았다.
조폭들의 해외 진출은 최근 ‘마카오’에 집중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수익’이다. 경북 지역에서 활동한 한 조폭 수감자는 “마카오에 가면 당연히 많이 번다. 아무래도 중국 부호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한국 여자들이 많이 선호한다. 보통 (성매매 비용으로) 100만 원 이상을 찍곤 한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동남아 쪽인 베트남은 진출하기 꺼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마카오에 진출해 해외 성매매 사업을 벌였던 40대 초반 조폭 수감자는 “베트남은 사회주의라서 성매매를 하게 되면 문제가 커서 하지는 않는다. 특히 성매매는 인신매매로 분류되어 중범죄로 다룬다. 한국인의 성매매는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100만~200만 원 정도 한다. 수익보다는 위험하기 때문에 마담 등을 통해 각서를 받고, 성매매 하지 않는 업소라고 신고를 하고 운영한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조폭들의 불법 영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감 조폭들은 심층면접 과정에서 “단속이나 수사로 성매매영업이 중단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관할 경찰서 형사들이나 단속공무원들을 잘 알고 있다” 등으로 답변해 경찰이나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사당국의 수사가 좀 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우선 성매매 알선업자와 검경의 연계고리를 차단해야 하고 조폭 관여도가 높은 유흥주점, 보도방, 오피스텔 등의 성매매 영업을 집중 단속해야 한다”며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원정 성매매를 차단하고 특히 전문 중개인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유흥업계 불법수익 올리기 천태만상 ‘윈저’ 짜투리 모아 새것처럼 쉿! 아무도 몰라~ “쭉 가요. 술장사는 죽지 않아요. 술장사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여자 사업이니까 제가 봤을 때 여자장사는 합법화되면 세금 내야하니까 아마 안 할 거예요. 성은 식욕이랑 수면욕처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전에서 활동한 20대 후반 조폭 수감자) 형사정책연구원 리포트에서는 좀 더 특이한 방식도 소개된다. 바로 ‘네트워크’다. 지역 곳곳마다 있는 유흥업소 협회에서 탈세에 대한 최신 정보가 교류된다. 충북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했던 20대 후반의 한 조폭 수감자는 “당시 나이가 어려서 유흥주점협회를 가지 않아 세금에 대해서 모르고 살았다. 유흥주점협회 사람들은 회계, 세무 관련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여 세금을 100만 원 정도로 낸다고 했다. 우리 업소는 700만~800만 원 정도로 세금을 내고 살았다”라고 전했다. 또 협회 모임에서는 진상 고객 처리, 아가씨 수급 방법, 술값 담합 등의 교류나 암묵적인 합의도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유흥업의 핵심은 ‘술’이기 때문에 술을 이용한 탈세와 불법 수익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자료 주류 거래다. 대개 세금이 낮게 부과되는 업소와 협력하고 주류 구입 등의 서류를 그쪽 업소에 맞춘다. 이후 뒤에서 현금 거래로 해당 업소에서 주류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술값 뻥튀기나 가짜 술 제조도 불법 수익에 한몫을 한다. 부산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했던 20대 중반 조폭 수감자는 “(술에 대한) 입금가가 20만 원, 30만 원 상한선이 있다면 손님에게 150만원에 팔 수도 있고 80만 원에 팔 수도 있고 알아서 한다. 그럼 그만큼의 차액은 밑에서 나눠 갖는다”라고 전했다. 경기 지역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던 30대 초반 한 조폭 수감자는 “윈저 17년산은 8만~9만 원에 들어온다. 그런데 윈저는 술이 제조가 가능하다. 윈저 17년산을 팔고 남은 짜투리를 모아서 병 1개로 만들어 팔 수가 있다. 임페리얼 술은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스카치는 제조하면 맛이 달라진다”라고 증언했다. [환] |
조폭 위에 ‘아가씨’ 있다 수익배분 6대4→4대6 ‘역전’ 한때 ‘마이킹’ 전성시대가 있었다. 업주가 선불금으로 돈을 지불하고 아가씨들이 일을 하면서 갚는 방식이다. 마이킹으로 업주들은 아가씨들을 장악할 수도, 심하면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촌 로터리 인근 주점에 보도방 도우미들이 드나들고 있다. 임준선 기자 특히 수도권과 달리 지방 같은 경우 아가씨 기근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아가씨들이 조건에 맞춰 ‘점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남에서 보도방을 운영했던 20대 중반 조폭 수감자는 “단속도 심하지만 요즘 아가씨들이 눈이 틔어서 조금 하다가도 조건이 좋은 데가 있으면 바로 옮겨 간다. 거의 대부분 위쪽으로 간다”며 “옛날에는 수익 배분이 업주와 아가씨가 6 대 4였다. 나중에는 5 대 5로 가더니 이제는 아가씨가 6, 업주가 4다. 그냥 아가씨들 관리를 잘해야 한다. 약도 사주고 죽도 사주고 하면 그나마 소문이 잘나 아가씨들이 좀 온다”라고 전했다. 조폭들은 아가씨들이 선호하는 영업도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옷을 자주 벗고 밤을 거의 새는 ‘대딸방’보다 잠깐 일을 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도방 같은 경우 본인의 시간에 따라 출근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더욱 인기를 끈다고 한다. 부산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했던 30대 초반 한 수감자는 “아가씨들이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수입차 타고 통장에 몇 억씩 저축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특히 지방에 있다가 올라와서 일하는 아가씨들 보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벌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