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 선언을 지지한다”며 여전히 ‘그랜드(Grand·대) 통합론’을 굽히지 않았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박 의원이 ‘야권 대통합 조정자’ 역할을 고리로 20대 총선을 정면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현재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3단계 통합론’ 과정에서 야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른바 ‘훈수 정치’로 자신의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린 뒤 맨 마지막에 야권 대통합의 마중물을 찍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는 반 박근혜 프레임의 명분도 얻고 ‘박지원’으로 대변되는 상징성으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 지역에 무공천 압박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친노(친노무현)계와 호남의 결별을 꾀한 권 전 고문이 측면 지원한다면, 최악의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박 의원의 독자행보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의 총선 출마 여부가 박 의원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홍걸씨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지역구도, 비례대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홍걸 씨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작은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현재 홍걸 씨는 박 의원 지역구인 전남 목포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탈당 전 한때 정가에선 박 의원이 홍걸 씨에게 지역구를 물려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에 대해 “(홍걸 씨가) 목포에 출마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고문도 사석에서 홍걸 씨를 언급하며 “정치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홍걸 씨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곽지대에서 ‘동교동계 입’ 역할을 하는 박 의원이 ‘야권 대통합’과 ‘지역구 사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