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은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카타르를 맞아 신들린 용병술을 발휘하면 결승행을 이끌었다.사진제공=KFA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던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도중하차했고 그 기회는 당시 성인대표팀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해온 신태용 감독에게 주어졌다.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던 그는 올림픽팀을 맡고 난 이후 여우같은 꾀와 기지를 발휘하며 선수들을 이끌었고, 지난 27일(한국시간) 4강전에서 만난 카타르를 3-1로 제압하고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감독은 황희찬, 권창훈을 에이스로 성장시켰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뛰는 황희찬은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권창훈도 K리그 영플레이어 후보였지만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이전 올림픽 세대인 기성용, 구자철, 홍정호, 김영권 등과 비교하면 이름값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동기를 심어주면서 신 감독은 올림픽 진출 티켓 3장이 주어지는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 요르단과의 8강전을 1-0으로 이겼지만, 언론과 팬들은 대표팀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 마디로 ‘운빨 4강행’이란 지적이었다. 심판이 요르단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1-1 무승부가 됐더라면 한국팀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신 감독은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카타르를 맞아 변화를 선택했고, 신들린 용병술을 발휘하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신 감독은 AFC U-23 챔피언십대회를 취재 중인 한국 취재진에게 “만약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더라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물론 성인국가대표팀 코치직에서도 물러나려 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한 마디로 배수의 진을 치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는 얘기이다.
2010년 성남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끈 후 “난, 난 놈이다”라고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던 신태용 감독. 시련은 있어도 실패가 없는 ‘난 놈’ 신태용은 축구 지도자로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며 올림픽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