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의 신조어인 ‘진실한 사람들(진박)’의 공세 속에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을 비롯해 대구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가 태풍의 눈이지만, 정가에서는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 진영 의원의 무사귀환 여부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같은 3선으로 여론으로부터는 ‘탈박’ 인사가 된 친박계의 ‘눈엣가시’들을 친박계가 가만 두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용산에 강용석 전 의원의 출마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친박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회자하고 있다.
진영 의원(왼쪽)과 유승민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배신자 응징’은 성공할 수 있을까. 돌발변수들이 끼어들면서 정국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강용석 전 의원은 최근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고 정가에서는 “출마 시동”이라고 해석했다.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가두 ‘서명정치’를 강 전 의원이 이어받은 모양새란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 당직자는 “강 전 의원이 윗선(?)과 교감이 있다는 설이 있다. 당의 추측으로는 청와대 아무개 수석이 꼽힌다”며 “진영 의원이 그런 식(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반기)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등진 것을 아직도 친박계가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서울 용산구가 새누리당 텃밭은 아니다. 서울의 중심부지만 강북에 속해 있고 부촌과 빈촌이 공존해 여당의 승리를 쉽사리 점치기 힘든 곳이다. 그동안 선거 목전의 경제상황이 승패를 좌우해 왔다. 정가에서는 강용석 전 의원이 ‘여(女)설수’로 큰 곤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19대 국회에서 꾸준히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구축해 왔기에 출마를 선언한다면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정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진 의원이 4선이 되면 여당에서 몇 안 되는 중진으로 거듭난다. 원내대표 출마도 가능하다”며 “친박 측에서는 지금은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용산에 박으려 했는데 여론도 여건도 도와주지 않아 강 전 의원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공식 출마 선언을 않고 있지만 그의 블로그에는 용산 관련 이야기로 빼곡하다. 용산 원효로 맛집, 용산 이태원 맛집 등의 형식으로 글을 올리고 있고, 기자와 용산을 둘러본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용산 곳곳에서 자주 포착되면서 출마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강 전 의원은 정치신인이 아니어서 가산점을 받을 수는 없지만 100% 여론조사 경선지역으로 꼽힐 경우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정가의 해석이다. 친박계의 백업만 있다면 말이다.
현재 이 지역엔 박규정 전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황춘자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갈등관리위원, 이동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있다. 이 중 황 위원은 용산구청장에 도전했다가 불과 5%포인트 차로 낙선한 바 있다.
용산에서 3선을 한 진 의원의 대항마로 강 전 의원을 내놓으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마땅찮은 눈치다. 강 전 의원이 마포에서 용산으로 유턴한 이유가 설득적이어야만 후보 교체도, 지역구 확보도 가능한데 그렇지 않다면 여론이 야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용태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은 강 전 의원의 입당 서류가 도착하기만을 벼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기다리고 있는 것 맞다. 복당 안 시키는 쪽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명되거나 탈당한 분이 재입당을 신청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강 전 의원이 서울의 우리 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얘기에 새누리당을 아끼는 분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이 블로그나 용산 탐방 등 비공식적 루트로만 활동하는 것을 두고도 ‘복당 불허’가 떨어졌을 때 ‘플랜B’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란 말도 들린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이 아니더라도 친박계가 진 의원을 두고만 보진 않을 것이란 것도 널리 알려진 소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에서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명돼 친박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전력 때문에 친박계 일부가 시기한다는 까닭이 물밑 이유이고,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반기를 들고 장관직을 던져 대통령에게 창피를 줬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친박계로선 진 전 장관이 ‘배신자’인 셈이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자꾸 우리 현역들이 잘하고 있는 지역에 무슨 이유에선지 누가 온다 누가 간다 이야기가 많다. 안 전 대법관도 고르고 골라 마포 간 것 아니냐”며 “서울은 ‘확장 우선’인데 ‘내전 양상’이어서 지도부에 불만이 많다. 인재 영입에 대해 야당만 너무 스포트라이트가 간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눈을 돌려 대구로 가 보자. 최근 진박을 자처한 ‘6인 회동’으로 나머지 (자칭) 진박 예비후보들이 드세게 반발하면서 해당 지역 여론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 인사들의 전언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중남구의 한 예비후보는 지역구를 옮긴다는 설이, 다른 예비후보는 비례대표 제안을 받고 불출마로 유턴한다는 소문, ‘진박 6인’ 중 일부는 ‘진박 스토리’를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불출마할 것이란 얘기까지 공천까지 한참인데도 별 얘기들이 다 나오고 있다”며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는 몇몇 예비후보들이 친박 쪽 이야기를 꾸며 괴소문을 유포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상대로 악전고투 속에 있다. 정가에서는 대구에 유 의원만 남기고 측근들을 모조리 찍어내겠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최근에 유 의원까지가 ‘축출 대상’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주변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이 전 청장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중이다.
게다가 대구에는 ‘진박의 향연’ 속에 친이계가 손을 들고 나서면서 여론이 또 달라지고 있다.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맨’들이 ‘진박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달성군 출마를 접고 유턴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다 진박을 자처한 정치신인들이 많은 대구 중남구 지역에서 박창달 전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진박-친박의 흙탕물 싸움에서 벗어나 공정한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 탈당의 변이었다.
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친박계 3선인 서상기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구을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그는 북구을 출마 이유에 대해 “고향은 구미지만 외가 쪽 친척이 북구에 많이 살고 있는 어머니의 고향”이라고 강조하며 “대구시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대구도 다양한 후보를 접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추가적인 MB계 인사의 출마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구에 나올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배신(?)을 응징하려는 친박계의 작전이 각종 돌발 변수로 막힐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