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근본적인 결함은 사회가 자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다. 원래 사람들은 사회를 구성하면서 삶의 풍요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만들었다. 문제는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소유 집중과 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하면서 자원의 분배가 공정성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가 이익을 일부 자본가들에게 몰아주고 근로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불의를 낳고 있다. 특히 권력이 자본과 결탁하는 정경유착 비리가 불의를 제도화하는 현상까지 유발했다. 이렇게 되자 다 함께 잘살기 위해 만든 경제에 사회구성원들이 예속되어 스스로 피해를 입는 모순이 나타났다.
세계 경제가 개방체제로 바뀌면서 약육강식을 기본가치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 기업을 사냥하고 부를 독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블랙기업들이 판을 치고 있다. 세계 시장은 기업들이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전쟁터로 변했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와 첨단화를 서두르며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정리해고를 보편화하고 있다.
그 결과 자본주의 모순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경제가 스스로 동력을 잃는 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외적으로 외국 자본 의존도가 높고 대내적으로 경제력 집중이 심한 우리 경제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 근로자들도 과다 업무에 시달리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다. 여기에 집집마다 가계부채는 상환능력을 넘어 연쇄부도 위험에 빠지고 있다. 기업들도 중국 기업들에게 발목이 잡혀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수저계급론이 확산되고 있다. 부모의 재산과 신분에 따라 자녀의 운명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빈곤한 흙수저 계층은 10대에는 입시에서, 20대에는 취업에서, 30대에는 결혼과 주거에서 모두 패자가 되어 삶의 희망을 잃고 있다는 논리이다.
사람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돈이 없으면 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어렵다. 노력을 해도 취업이 안 되고 결혼이 어렵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신분이 상승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이 가운데 빚 독촉은 점점 강도가 높아져 가족들과 살아 갈 길이 막막하다. 결국 이런 경제 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극단의 선택을 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경제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권력과 자본의 불의는 막아야 한다. 경제력 집중의 해소는 당연하다. 투기와 독점보다는 고용과 공정을 중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로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절망과 좌절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인간성을 회복하고 올바르게 발전하는 길이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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