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치단체들의 외부포상 남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각 자치단체장들은 이러한 외부포상을 통해 자신들의 지역 내 지지 세력을 구축한다. 아예 그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경우까지 수두룩하다. 자치단체장 입장에선 제법 효과적인 지지층 관리법인 셈이다.”
오랜 기간 지역 정치에 몸담았던 한 정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이러한 현상은 선거철에 특히 두드러진다. 선거를 꼭 1년 앞둔 해가 대부분 그러하다. 특히 재선 혹은 3선을 노리는 자치단체장들 중 상당수는 선거 1년 전, 더욱 많은 외부포상을 뿌리곤 한다. 이는 총선을 앞둔 시즌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뿐 아니라 총선 역시 자치단체장의 향후 입지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신문>은 각 자치단체들의 외부포상 남발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한 선거 시즌을 앞두고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더 두드러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자료를 수집해 보기로 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1월 5일 서울 25개 자치구들의 최근 5년간 외부포상 현황(표창장, 감사장, 상장 등)에 대한 자료를 각 자치구에 요청했다. 이는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일요신문>은 이 과정에서 각 자치구에 취재 목적임을 분명히 밝혔다.
25개 자치구는 자료요청 법정공지 기간인 2주 안에 본지의 요청에 따라 5년간 집계 자료를 송신했다. <일요신문>은 이렇게 모아진 자료를 토대로 가시적 비교를 위해 약간의 가공을 가했다. 이 과정을 통해 객관화된 자료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결과를 놀라웠다.
지난 5년간 서울의 25개 자치구가 뿌려댄 외부포상은 무려 19만 1271개로 집계됐다. 서울시내에 연 평균 3만 8254개의 포상이 뿌려진 셈이었다.
자치구 중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외부포상을 실시한 곳은 강남구(구청장 신연희·재선)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지난 5년간 무려 1만 3178개의 외부포상을 남발했다. 2위는 간발의 차로 강동구가 자치했다. 강동구(구청장 이해식·3선)는 1만 3148개를 기록하며 2위로 집계됐다. 3위는 지난 5년간 1만 849개의 외부포상을 실시한 송파구(구청장 박춘희·재선)로 나타났다.
그 뒤를 9670개로 집계된 관악구(구청장 유종필·재선), 9657개로 집계된 노원구(구청장 김성환·재선), 9399개로 나타난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재선) 등이 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선거를 앞둔 해의 외부포상 현황 집계 수치였다.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를 1년 앞둔 2013년은 재선 혹은 3선을 노리는 구청장들이 선거 준비를 꾀하던 시점이었다. 자료집계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외부포상이 가장 많이 남발됐던 해가 바로 2013년으로 나타났다. 이 당시 외부포상을 집계한 결과 무려 4만 2581개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5% 정도 급증한 수치다. 선거가 종료된 2014년 외부포상 현황은 다시금 3만 7352개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중구(구청장 최창식·재선)의 경우 선거를 앞둔 2013년 외부포상 현황이 전년 대비 가장 높은 비율로 증가한 자치구로 나타났다. 중구는 2013년 1621개의 외부포상을 실시했다. 이는 2012년 761개에 불과했던 현황과 비교해 113%가 증가한 수치였다. 그 밖에 2013년 기준 전년 대비 5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재선), 3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종로구(구청장 김영종·재선)등이 눈에 띄었다.
반대로 초선 구청장을 두고 있는 자치단체의 경우 오히려 2013년 집계 수치가 2012년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선 구청장을 두고 있는 자치구 5곳 중 4곳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중랑구(구청장 나진구·초선)의 경우 2013년 외부포상 집계 현황이 1589개로 나타나 1784개를 집계된 2012년과 비교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초선) 역시 2013년 집계 현황이 964개로 나타나 전년 1174개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재선 혹은 3선의 의지가 투영됐느냐 아니냐에 따라 외부포상 현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앞서의 정계 관계자는 “포상 정치는 현직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이라며 “이를 지나치게 남발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포상 정치는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포상 명단을 자치단체장 개인의 목적으로 관리하고 다루는 사례가 있다면 이는 응당 금지해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