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총력취재

뇌물의혹…자살…조합장 선거 시비까지

[일요신문] 한남5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이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두 차례에 걸쳐 조합원들에게 교통비 10만 원(서면결의서 작성시 7만 원, 선거 현장 참석 시 3만 원 추가 지급)을 지급했는데 이 부분이 이사회에서 결의되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대리 조합장의 직권 하에 용역비용에서 지급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조합장 후보자 등록 기간에 조합 홈페이지가 잠정폐쇄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한 후보자의 단독 출마를 위한 고의적인 폐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남5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이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1월 26일 조합장 선거를 하는 모습.

재개발사업 부지로 지정된 한남5구역은 12년 동안 조합원들의 내부 갈등으로 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부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윤 아무개 후보자가 차기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자는 “빠른 시일 내에 시공사를 선정함으로써 재개발사업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이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에 참여한 조합원에게 1인당 교통비 10만 원을 지급했는데 이 돈이 단독후보자인 윤 씨로부터 제공된 게 아니냐는 것. 의혹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복사된 서면결의서 14장이 발견돼 정족수 미달로 무효화됐던 1차 조합장 선거 당시 조합 통장에는 조합원 760여 명에게 지급할 잔액은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클린업시스템에 공개된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의 금전출납부 내역을 살펴보면 잔고가 지난해 11월 6만 5908원, 12월 5만 8917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용역계약금에서 지급된 것이지, 조합장 통장에서 지급된 돈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후보자로부터 받은 뇌물에서 지급됐다는 것은 조합장 자리를 노리는 일부 세력이 지어낸 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지난해 12월 9일부터 12월 26일까지 N 사와 2억 5000만 원,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N 사 및 S 사와 2억 9500만 원의 용역금으로 용역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용역계약 조건에는 용역업체가 선거 참여 조합원에게 교통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는 않았다. 

한남5구역 건축 배치도.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은 “용역회사에서 돈이 지급됐다고 해도 이사회에 결의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선거 자금이나 다름없다”며 “두 번의 선거에서 교통비가 지급됐기 때문에 그 액수만 1억 5000여 만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불법 선거 자금 의혹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지난해 10월 이사회가 열렸을 때 이사 전원이 조합장 안건에 대해 심의 거부 의사를 밝혀 이후 조합장 대리의 직권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또한 조합장 직권 하에 결정된 사항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원 후보자 등록 기간에 조합 홈페이지가 차단된 데에 대한 조작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를 단독 후보로 내세우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조합 홈페이지는 지난해 10월 16일 조합 운영 경비 부족에 의한 홈페이지 양도 공지 직후 두 달간 차단됐다가 지난해 12월 중순 부활됐다. 즉 선거관리위원을 제외한 감사, 이사, 조합장 등의 임원 후보자 등록 기간 동안 조합 홈페이지 잠정 폐쇄로 후보자 등록 공지가 올라가지 못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클린업시스템에는 관련 사항을 공지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홈페이지가 왜 차단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단독후보 등록을 위해 조작됐다는 것은 음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은 “조합원 대다수가 클린업시스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실제로 해당 공지의 접속건수만 살펴봐도 조합원들 대부분이 해당 공지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장 출마 의사가 있었던 몇몇 조합원들이 후보자 등록 기간이 지난 후에야 공지됐음을 알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정관 제7조(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의 고지·공고 방법)에 따르면 조합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변동사항 포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당시 임원 후보자 등록 기간에는 원인 미상의 홈페이지 차단으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클린업시스템에만 공지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에서 해당 홈페이지를 공식 홈페이지를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후보자 등록 관련 공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안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약 홈페이지가 차단된 이유가 조작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당초 정비업체계약을 맺었던 삼우ENC의 계약해지 무효소송에 패소해 해지위약금 53억 원과 변제 시까지 지연이자(매월 이자 1억여 원 추정)를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심에서는 해당 소송이 기각됐으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또한 삼우ENC 측에서는 당시 조합설립추진위원을 지낸 이 아무개 씨와 추진위원장을 지낸 이 아무개 씨, 이사를 지낸 이 아무개 씨를 뇌물수수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조합설립추진위원 이 씨는 영장실질심사 출두 하루 전날 아내 강 아무개 씨와 함께 동반 자살했다. 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추진위원장 이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벌금 300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이사 이 씨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에 벌금과 추징금 각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한남동 재정비 사업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남5구역 재개발 사업은 2359가구가 조성될 예정으로, 분양 수입금 규모도 무려 8200억~1조 원으로 추산된다.

유시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