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집도의가 새로 개원한 S 병원 입구와 지방흡입술, 위축소수술을 설명한 영어 안내문.
호주 국적을 가진 A 씨가 S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외국인인 그가 한국을 찾은 까닭은 고도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위 절제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봉합 부위에 틈이 생겨 여러 차례 재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충청남도 천안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A 씨는 천안의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이미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30시간 동안 조치를 했음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지난 26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 씨의 부검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 씨는 위 소매절제술 후유증으로 넓은 부위에 걸쳐 복막염이 나타났고, 그로 인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장기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해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신 씨 역시 부검 결과 복막염과 패혈증 등이 사인으로 밝혀진 바 있다.
A 씨뿐만 아니라 다른 두 명의 여성도 강 씨에게 수술을 받았지만 봉합 부위가 벌어져 다른 병원으로 옮겨 재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강 씨가 기존의 S 병원을 폐쇄한 뒤 인근지역에 이름을 바꾸고 다시 문을 연 또 다른 S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여기서 언급된 두 S 병원은 병원 첫 글자가 같아 이니셜이 같은 S 병원이지만 각기 이름은 다르다. 강 씨가 기존 S 병원의 문을 닫은 뒤 인근 지역에 이름도 바꿔 또 다른 S 병원을 개업한 것.
게다가 새롭게 문을 연 S 병원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위주로 의료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뀐 이름의 S 병원은 홈페이지 자체가 영어로 돼 있다. 외국인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병원임을 홈페이지만 접속해 봐도 알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찾은 S 병원은 기존에 운영하던 병원의 규모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기존에는 건물 전체를 임대해 영업했지만 현재의 S 병원은 건물의 한 층만 임대해 운영하고 있었다. 고정비를 대폭 줄인 것이다. 의사만 25명이었을 만큼 대형 병원이었던 기존 S 병원과 달리 현재의 S 병원은 원장인 강 씨를 포함해 의사가 3명뿐이다. 전체 직원은 20명 안팎이다.
현재 S 병원은 내과와 외과,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었고 진료를 받으러 온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고 한국인도 몇몇 보였다. 병원 입구에서부터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안내문이 보였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미국의 병원소개 웹사이트에서 S 병원의 정보를 알고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기존에 입국해 강 원장에게 수술을 받고 들어간 환자들의 추천을 받고 입국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풍선과 위밴드, 위소매절제술 등의 비만수술과 유방확대·축소술을 소개하는 팸플릿도 비치돼 있었는데 이는 기존 S 병원 시절부터 쓰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 S 병원은 지금 운영하고 있는 S 병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었는데 현재는 다른 병원이 이미 입주해 오는 3월 개원을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신해철 빈소.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지난 2014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의 사망 이후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 5일 오전 중으로 서울 중앙지법에 일반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S 병원의 채무가 현존가치의 배가 되는 등 회생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회생신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S 병원은 지난해 새로운 S 병원을 개원한 뒤인 같은 해 7월 2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강 씨에 따르면 신 씨 사건으로 당시 병원 전체 부채가 90억 원에 달해 25명에 달하던 의사도 7명만 남았다. 지난 2014년 500억 원대의 투자유치에 성공해 외국인 환자 유치 차원에서 인근에 새 병원을 짓기로 했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된 것이다. S 병원 관계자는 “예전 병원을 폐업했고 원래 새로 병원을 개원하기로 한 계획도 무산돼 겨우 지금의 병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 씨에 이어 호주인 환자 사망으로 찾는 분이 더 줄었다”며 “A 씨의 경우 고도비만이었기 때문에 본인도 합병증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 씨의 공판에 이번 호주인 사망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신 씨 측의 박호균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이 지금 진행되는 공판에 어떠한 영향도 주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호주인 사망사건 수사가 진행돼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이에 여론도 움직일 것이고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양형 판단에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호주인 사망사건이 신해철 씨 사건과 유형이 같기 때문에 수사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지금 진행 중인 재판과 병합될 수도 있다”며 “병합될 경우 중하게 처벌받을 수도 있어 피고인이 원치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국적의 외국인 A 씨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는 천안 서북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이첩돼 진행되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