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심동철.
[일요신문]요동치며 온 세상을 다 삼킬 쓰나미가 몰려와도 수십 척 높이의 파도 위에서 건재한 일엽편주 형상을 그렸다. 선장이 50대 베이비부머라 잎사귀색깔이 누렇다. 비록 청년의 용기와 기력은 쇠했더라도 위기에는 오히려 노장이 강하다는 것을 어필했다. 인생 지천명에는 묵상과 협상과 상상력으로 버무린 지혜와 영력으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리더십이 충만하게 내재돼 있다는 뜻이다.
약간의 시각을 달리하면 이 그림에는 트림을 하는 흑용 한 마리가 보인다.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마지막 때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용이 여의주 대신 흑주를 쫓느라 정신이 팔렸을 때 일엽편주 선장은 용의 뒷덜미에 걸터앉아 여의주를 슬쩍 얻는 형상을 상징화해 보여 주고 있다.
주성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