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이승기의 입대 모습. 이승기는 입대에 앞서 신곡 ’나 군대 간다’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일단 군대는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군입대와 관련해 잡음이 일면 끊임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며 연예 활동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병역의 의무를 저버린 가수 유승준이 현재까지 한국 땅에 발도 디디지 못하며 최근 또 다시 질타를 받는 상황을 보며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다.
연예인에게 현역 입대는 일종의 훈장이다. 입대 전부터 이를 칭찬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훈련소 입소할 때와 전역할 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대부분 20대 남성들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는데 유난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명 연예인들이 군복무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인식이 파다한 상황에서 현역 입대는 자랑스러운 ‘인증’이 됐다.
아예 힘든 길을 자처하기도 한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출연 직후 해병대에 입대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현빈이 롤모델이 됐다. 이후 오종혁, 윤시윤 등이 해병대행을 택했다. 지난달 27일 21개월 해병대 군복무를 마친 윤시윤를 만나기 위해 해병대 2사단 정문 앞에는 5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군복무 전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돌아온 윤시윤은 이미 여러 작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며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스타들은 ‘쉬쉬’하는 분위기다. “무대 위에서 격한 춤은 추는데 몸이 안 좋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날선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복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배정된 연예인들은 소집해제를 마칠 때까지 SNS 등 외부 활동을 삼가고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연예병사를 꿈꿨던 이들의 자리는 군악대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단인 호루라기 연극단이 대신하고 있다. 군복무 기간 중에도 연예 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연예인들이 적잖다.
군악대는 육군의 경우 규모에 따라 A, B, C급으로 나뉜다. A급은 50인조 이상으로 구성되고, B급은 36인조 이하다. 각 사단마다 군악대를 보유하는데 이들은 C급으로 분류된다.
해군에는 해군본부 소속 군악대와 각 예하 부대에 편성된 군악대가 있다. 예하부대 군악대는 다시 함대급 군악대와 사령부급 군악대로 나뉜다.
군악대는 결원이 생기면 오디션을 통해 충원한다. 아무리 군악대에 들어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으면 갈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성민이 17사단 군악대에 입대했고, 신동은 3군사령부 군악대에서 복무 중이다. 힙합가수 스윙스는 신동과 같은 군악대로 입대했다가 의병 제대했다. 이에 앞서 그룹 크라잉넛과 작곡가 이루마 등이 군악대에서 병역을 마쳤다.
조인성,조승우
연기를 기반으로 한 배우들에게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호루라기 연극단이 연예병사 제도를 대체할 만한 곳으로 꼽힌다. 배우 조승우와 이제훈, 류수영, 최효종 등이 이곳에서 병역의무를 마쳤고, 현재 슈퍼주니어 멤버 동해가 복무 중이다.
현빈, 유승호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병사제도 폐지 후 연예인에 대한 특혜는 크게 줄었다. 오히려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 ‘빡세게’ 복무해야 한다”며 “작은 혜택 하나도 불합리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자 오히려 군복무를 ‘이미지 전환’의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해병대를 비롯해 신병교육대 조교 등 힘든 복무를 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싸이는 부실 복무 논란에 휩싸이며 ‘재입대’라는 초유의 사건을 겪은 후 여론의 동정을 받았다. HOT 멤버와 로커로 활동하며 수많은 안티팬을 양산했던 문희준 역시 착실히 군복무를 마친 후 이미지가 쇄신됐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은 군복무 기간이 줄어 예전과 같이 부담이 크지 않다. 작품 하나 끝내고 공백기를 갖는 것을 감안하면 군복무로 인한 활동 중단 기간도 길지 않은 편”이라며 “괜한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당당히 의무를 다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대다수가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