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비대위원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실제 박 의원의 파괴력은 지난 1월 21일 잔류를 선언한 이후 당 안팎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야권의 원심력이 한풀 꺾였다. 하루 뒤인 22일 박지원 의원(3선·전남 목포)이 “정권교체 위해 혈혈단신 절해고도에 서겠다”며 탈당했지만, 박혜자(초선, 광주 서갑) 의원을 시작으로 이윤석(재선 전남 무안·신안), 김영록(재선, 전남 해남·완도·진도), 이개호(초선,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등이 탈당 의사를 접었다.
반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에 비상등이 켜졌다. 박 의원이 더민주에 합류하자, 외곽에 머물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민의당 합류 대신 측면지원을 택했다. 그간 전문가그룹 내부에선 ‘박영선 대표론’을 고리로 안 대표 측과 더민주 탈당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민의당 내부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이를 밀어붙이려는 더민주 탈당 그룹과 속도조절을 펴는 안철수 그룹 간 갈등설까지 번진 상황이다. 이른바 ‘내부 알력설’이다.
안 대표 측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88억 원의 실탄을 장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제3지대에 머무는 박지원 의원과 최재천(재선, 서울 성동갑) 의원 등이 합류할 경우 당내 주도권이 더민주 탈당 그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른바 ‘박영선 효과’가 야권 발 정계개편의 방향을 바꿔놓은 셈이다. 특히 당 안팎에선 김종인 비대위 ‘실세’로 박 의원을 지목한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비대위 배제 과정에 박 의원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얘기가 기폭제였다.
김종인 비대위가 20대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하는 강력한 권한을 틀어쥐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도권 공천권은 박 의원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박영선계’가 당내 핵심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노계 관계자는 “박 의원이 비대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애초부터 당내 비토가 적지 않았던 만큼, 향후 계파 갈등의 진원지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