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와 설현은 이미 ‘포스트 수지’라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들이 수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광고시장을 무섭게 점령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혜리와 설현이 출연하는 광고는 줄잡아 40개가 넘는다. TV를 켜놓고 있으면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수지의 인기가 다수 주춤하고 출연작도 흥행에 실패한 사이, 두 사람은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두 사람의 광고 매출 합은 이미 200억 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두 사람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혜리와 설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혜리. 사진출처=다방
이후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혜리의 애교는 점차 잊혀 갔다. 트렌드가 쉽게 바뀌고, 싫증을 쉽게 느끼는 대중의 기억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말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이 시작되며 혜리는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1988년을 배경으로 촌스러운 복장과 헤어스타일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며 ‘못생김을 연기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털털함 속에 감춰진 그의 매력이 빛을 발하며 대중은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며 이 드라마에 PPL 참여했던 가나초콜릿을 비롯해 너구리, 불스원, 알바몬, 다방 등의 13개 광고를 찍으며 6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걸스데이 멤버들과 함께 찍은 CF까지 합치면 현재는 그는 30개에 육박하는 CF에 출연하고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혜리의 몸값은 1년 기준으로 5억 원에 육박한다. 6개월 단발 광고도 있지만 그의 인기가 치솟으며 단발 광고 계약을 맺었던 업체들이 광고 재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F업계에서 ‘광고 재계약’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반짝 인기가 아니라 롱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는 의미다. 한 광고 에이전트 AE는 “혜리는 요즘 광고주들이 가장 많이 찾는 CF스타다. 동종업계 광고는 1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혜리를 잡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며 “이미 <진짜사나이>에 이어 <응답하라 1988>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그의 상품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당분간 혜리의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현. 사진출처=SK텔레콤
하지만 설현은 요즘 가장 각광받는 걸그룹 멤버다. 무엇보다 괄목한 만한 것은 그가 CF로 주목받은 CF스타라는 점이다. 그는 SK텔레콤 광고에 출연하며 폭발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몸매가 강조된 입간판은 연이은 도난 사건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이로 인한 매출 상승을 경험한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설현과 재계약을 맺고 ‘설현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 설현이 모델로 나서는 CF는 20개가 넘는다. AOA 멤버들과 함께 출연하는 광고는 10개고 혼자서도 10여 개 광고에 출연 중이다. 그의 광고 매출은 100억 원이 넘는다. 1년 기준 개런티가 5억 원 이르는 설현의 광고 매출은 혜리 못지않다.
또 다른 광고계 관계자는 “김태희는 대표작을 찾기 어렵고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CF 시장에서는 톱A급이다. 그를 모델로 세우는 업체가 매출 향상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배우로서 큰 성과를 내지 않아도 CF모델로 앞 다퉈 찾고 있는데 설현이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설현은 영화와 드라마 주연 러브콜도 받고 있다. 하지만 소속사는 신중한 편이다. 이 시점에 선택한 작품이 실패한다면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설현이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해 히트작을 낸다면 그의 인기는 천정부지 솟을 전망이다. 항간에는 수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혜리와 설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여 있다. 새로운 걸그룹을 구성하는 기획사들은 ‘얼굴 마담’ 찾기 바쁘다. 가창력이나 춤 실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외모이기 때문이다.
중견 걸그룹을 보유 중인 연예기획사 대표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중국인 멤버 쯔위 역시 걸그룹 트와이스의 간판 멤버로 활약했다”며 “그의 외모가 화제를 모으며 중국인 멤버로는 이례적으로 CF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시장 환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외모가 뛰어난 멤버를 발굴해 수지, 혜리, 설현의 계보를 이으려는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