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라고 하더라도 급가속·급제동 등 내연기관을 몰던 운전습관을 유지한다면 기대한 것보다 연비가 높지 않을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로 운전습관을 꼽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이 최대로 발휘되는 경우는 도심 정체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때다. 내연기관이었다면 불필요하게 엔진이 돌아가고 있겠지만, 하이브리드카는 엔진을 정지시키고 전기의 힘으로 모터를 구동한다. 모터가 돌아가지 않으면 전기가 거의 소모되지 않으므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
극단적 환경주의자는 ‘전기차는 환경오염을 지역적으로 평준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 총량을 줄이진 못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전기차는 매연이 제로(0)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어차피 도시에서 발생할 매연을 오지로 옮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도심 교통정체 때 공회전하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간과한 것이다.
공회전 시 연료 소모가 최소화된다고는 하지만, 엔진 회전수는 약 700rpm(분당 회전수) 정도 된다. 경험적으로 대부분의 차들이 공회전 시 타코미터 바늘이 0.5~1 사이에 있다(여기에 1000을 곱한 것이 rpm이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공회전 때의 rpm을 600이라고 하면, 1초당 10회 회전을 한다(600rpm÷60초=초당 10회전). ‘흡입-압축-폭발-배기’의 과정을 거치는 4행정 엔진은 2회전당 1회의 폭발을 하므로, 공회전 시에도 실린더 1개 당 1초에 5회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쏘나타처럼 4기통 엔진이면 공회전 시 초당 20회의 폭발이 이뤄진다. 배기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차 한 대가 하루 5분씩 공회전을 줄이면 연간 약 23ℓ의 기름을 줄일 수 있고 48㎏(공기 무게)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터주행 구간을 최대로 늘려야 한다. 일부 운전자들은 하이브리드카가 시속 40㎞ 정도의 일정한 속도까지는 무조건 모터주행을 하고, 그 이상부터 내연기관이 작동하는 것으로 아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친환경차라도 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 등 급가속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ECU·Electronic Control Unit)는 ‘아, 빠른 가속력이 필요하구나’라고 인지하고 내연기관의 작동을 조기에 명령한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차는 시동을 걸면 우렁찬 엔진소리가 들리는 대신 계기판에 ‘READY(레디)’라는 글자가 뜰 뿐이다. 사진에서 ‘EV MODE’ 표시는 전기모터로만 주행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즉 정지선에서 출발할 때 빨리 가겠다는 욕심으로 급가속을 하면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게 된다. 정지 시에도 멀리서부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카는 ‘회생제동장치’가 달려 있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정지됨과 동시에 바퀴에 연결된 발전기가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따라서 급출발·급제동을 자제하고 되도록 정속주행을 해야 연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운전법은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연비 주행’을 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그러나 한국의 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운전자들은 이와 같은 방식과 반대로 운전한다. 즉 급가속, 급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런 식이라면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카라고 한들 연비가 잘 나올 수는 없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풀 하이브리드카’에 탑승해 시동버튼을 누르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내연기관이라면 엔진이 우렁차게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겠지만, 친환경차는 단지 계기판에 ‘READY(레디)’라는 글자가 뜰 뿐이다. 레디 상태에서 변속기를 ‘D(드라이브)’에 두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서서히 움직인다. 이 말은 자동차가 정지한 뒤 내릴 때 반드시 변속기를 ‘P(주차)’에 두고 시동을 꺼서 ‘레디’라는 글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엔진이 꺼졌다고 그냥 내렸다가는 차가 저절로 움직일 수 있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불가능하고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카’의 경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차들은 정지 시 엔진이 꺼졌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5~6년 전, 초기 하이브리드카 시절에는 엔진 가동 시의 소음과 진동이 꽤나 성가셨다. ‘친환경 디젤’을 표방하는 경우에는 소음·진동이 더욱 커서 불쾌감을 줄 정도였다. 지금은 디젤차의 소음·진동 수준이 많이 개선된 상태다.
풀 하이브리드카는 전기모터 주행 시 타이어 마찰 소음·진동이 실내로 유입된 상태에서 엔진이 가동되므로 엔진 폭발 시의 불쾌감이 덜하다. 최근의 하이브리드카는 아예 엔진이 언제 개입됐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운행감을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자사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을 때 가솔린엔진이 아닌 LPG엔진에 전기모터를 장착해 ‘세계 최초 LPG 하이브리드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그 이후 LPG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지 않아, ‘세계 최초’라는 생색내기에 그친 감이 있다. 그렇다면 디젤 하이브리드카는 없는 것일까? 2013년 말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 최초 디젤 하이브리드카인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바 있다.
어찌 보면 디젤과 하이브리드는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다. 최근 대부분의 디젤승용차에는 ‘엔진 스톱 앤 고’ 기능이 달려 있는데, 디젤엔진이니만큼 정지 후 엔진이 가동될 때의 소음·충격이 상당하다. 그런데 전기모터 주행이 가능하다면 움직이는 도중에 엔진이 가동되므로 불쾌감이 덜하다. 또한 디젤엔진은 점화플러그 방식이 아닌 압축폭발식이므로 강제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가솔린엔진에 비해 최대토크 도달 시간이 길다. 최대토크 도달 속도가 빠른 전기모터가 있다면, 이런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다.
한편, 충전된 배터리의 힘으로만 달리는 순수전기차는 주행 가능 거리를 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겨울에는 여름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므로 주의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코레일 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카 쉐어링 서비스 ‘유카(YOUCAR)’를 자주 이용하는데, 전기차 레이(기아)의 경우 여름에는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가 83㎞인데 비해, 겨울에는 73㎞로 줄어들었다.
닛산 리프는 충전량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 에어컨을 가동시킬 수 있다. 충전기에 연결된 상태일 때 전기를 많이 쓰는 에어컨을 미리 가동해 두어 실내를 충분히 냉각시킨 뒤 운전을 시작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길어진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