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CEO’에 선정된 김성수 CJ E&M 대표는 오너 부재 상황 속에서도 미디어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김성수 대표는 온미디어 대표, CJ E&M 방송사업 부문 대표 등을 거친 우리나라 방송·컨텐츠사업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1년부터 CJ E&M 대표를 맡은 김 대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재판과 신병치료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지 못했음에도 CJ E&M과 미디어산업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 대표에 대해 “우리나라 대기업 현실상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어려운 의사 결정을 과감히 내렸으며 오너 부재에도 미디어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10표를 받아 2위를 한 황창규 KT 회장도 연구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이한 점은 황 회장을 최고 CEO로 꼽은 이유가 ‘경영능력과 성과가 탁월했다’는 항목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1월 29일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 2929억 원, 당기순이익 6312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월 위기 진단을 받은 KT의 새 회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통해 KT의 체질 개선을 도모해왔다.
KT CEO 황창규(왼쪽) , 삼성바이오에피스 CEO 고한승
황 회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2년 전 황 회장과 함께 큰 기대를 모았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해 전문가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채 단 2표에 그쳤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방만하게 운영되던 포스코를 과감히 개혁하고 있다”며 권 회장을 꼽았고 한 민간 경영연구소 연구원도 “부실기업 정리 및 정상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권 회장에게 한 표를 줘 2표가 됐다. 권 회장은 ‘앞으로 기대되는 CEO’ 부문에서도 단 한 표를 받는 데 그쳤다.
황 회장과 권 회장 모두 2년 전과 달리 ‘기대되는 CEO’에 오르지 못한 까닭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탓이 커 보인다. 두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2년간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이 박 부회장을 최고 CEO로 꼽은 까닭은 비단 경영 능력과 성과가 탁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박 부회장이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긍정적인 기업 문화를 선도했다”는 이유로 박 부회장을 최고 CEO로 꼽았다.
우리나라 IT를 대표하는 두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얼굴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나란히 7명의 전문가들에게 최고 CEO로 평가받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사람 모두 ‘기업 이미지 개선, 긍정적 기업 문화 선도’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카카오 대표로 내정돼 9월 취임한 임 대표는 파격적인 인사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동안 대내외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혁신과 창의가 돋보인다”며 임 대표의 지난 4개월을 돌아봤다. 한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나갔다”고 말했다. 임 대표 취임 이후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외에도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6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4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3표),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2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2표) 등을 ‘최고 CEO’로 꼽았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김동현 코웨이 대표, 김해성 이마트 부회장, 윤갑한 현대차 사장 등도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환은행과 합병을 원만히 진행했다”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선택했다. 남대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선전한 것이 인상적”이라며 윤갑한 현대차 사장에게 점수를 줬다.
‘미래 CEO’에 선정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젊고 적극적이며 융합형 비즈니스를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를 받았다. 사진제공=카카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과 전자결제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으며 서영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고 적극적이며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 대기업 고위 인사는 “산업의 장벽을 허무는 융합형 비즈니스를 선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며 다른 대기업 임원은 “모바일 산업을 이끌고 있는 카카오가 어떤 시너지 효과와 네트워크를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은 젊은 임지훈 대표가 ‘카카오 발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젊고 적극적인 행보 예상” “카카오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해낼지 궁금” “젊은 CEO로서 혁신적인 서비스로 기업 성장을 이끌 것” 등 대부분 임 대표의 젊고 적극적인 성향이 카카오를 어떻게 이끌지 관심을 보였다. 이경묵 교수는 “모바일 혁명을 통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며 임 대표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역시 임 대표와 비슷한 이유로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임 대표의 젊은 나이와 패기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은 CEO 중 한 명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바이오산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다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번째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지난해 11월 유럽연합의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노르웨이 수출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이 과연 삼성의 제2 반도체 신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며 “고 사장은 그 중심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시장에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을 ‘기대되는 CEO’로 꼽은 연구원들도 한결같이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고 사장이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관심을 드러냈다.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에 성공해 사업을 이끄는 동현수 두산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정도현 LG전자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도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았다.
반면 이들 CEO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도 있었다. 장영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들은 큰 기업이라는 모자 덕분에 알려진 분들일 뿐 실제로 경영 역량이나 리더십 면에서 내로라할 만한지 의문”이라며 “중견기업들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
2년 전 설문조사 결과와 어떻게 달라졌나 업황 따라 자리바꿈 권오현 김효준 관심 못받아 권오현(삼성전자), 김효준(BMW코리아) 당시 ‘최고 CEO’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뽑혔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연구원 출신으로 샐러리맨으로서는 최고 자리에 올랐으며 ‘연봉킹’ 전문경영인이기도 했다. 권 부회장에 대해서는 향후 정체된 기업 분위기를 어떻게 쇄신해나갈 것이며 스마트폰 이후 대응 전략을 어떻게 짜나갈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삼성이 스마트폰 이후 뚜렷한 먹을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이런 탓일까. 권 부회장은 올해 설문조사 결과 68명의 전문가 중 2명에게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복수응답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낮은 득표다. 심지어 권 부회장은 ‘앞으로 기대되는 CEO’ 부문에서는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일요신문> 조사에서 삼성그룹 CEO들은 지난 2년 동안 전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만 ‘기대되는 CEO’ 부문 상위권에 올랐을 뿐 후보에 있던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조남성 삼성SDI 대표 등이 눈에 띄지 않았다. 또한 2년 전 권 부회장에 이어 ‘최고 CEO’ 2위에 올랐던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앞으로 기대되는 CEO’ 부문 역시 2년 전과 많이 다른 결과가 나왔다. 2년 전 전문가들의 기대를 양분했던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해 조사에서는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권 회장은 단 한 표를 받는 데 불과했으며 황 회장은 아예 득표하지도 못했다. 이 부문에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 김상헌 네이버 대표, 김성수 CJ E&M 대표 등이 강세를 보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재계는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보다 인터넷·모바일·엔터테인먼트·콘텐츠산업이 이끌어갈 것이라는 예측으로 보인다”며 “이들 사업이 우리 삶뿐 아니라 재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