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비후보의 말이다. 얼핏 모순이다. 그는 겉모습부터 다른 후보자들과 다르다. 손가락엔 마디마다 검은색 타투가 새겨져 있고, 뒷덜미, 상의 사이로 보이는 어깨에도 문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불법인 타투를 ‘업’으로 삼아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마저도 감추지 않았다. 스스로 교도소 담장 위에 올라 위태롭게 밥벌이를 해온, 타투이스트 이랑 후보(42)다.
이랑 후보는 스스로도 정치인이 아니며, 정치인이 되려는 꿈도 없다고 한다. 어깨띠를 두르고 출마지역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할 자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가 선거에 나온 이유는 명확하다. ‘투표 독려’ 캠페인이다.
이 후보는 “사실 정치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의 타투 합법화 운동뿐만 아니라, 일본을 직접 찾아가 독도와 위안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일본 야스쿠니, 국회, 외무성 등을 찾아 1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는 “작은 활동들을 이어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끄러움이 더 앞섰다고 했다.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정작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창피함이라고 했다. 이랑 후보는 “젊은 세대들은 노인 세대에 대해 ‘무조건 1번만 찍는다’며 비하하고 몰아세우지만, 그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장으로 향한다”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술자리에서 넋두리를 늘어놓거나 SNS에 글을 올리기만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고 했다.
이번 출마는 젊은 세대의 투표를 이끌어 내는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지역 선거와는 거리가 먼 전국 무전여행을 통해, 선거운동이 아닌 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칠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공약 역시 지역구와 크게 관련이 없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폐지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한다거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이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이야기들이다”며 “허황된 공약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치적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면 당장 한 번에 모든 게 바뀌진 않더라도 하나 씩 바뀌어 가며 결국에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공약들이 현실이 되면 앞으로 나 같은 ‘이상한’ 국회의원 후보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랑 후보는 현재 무전여행 중이다. 오는 2월 26일까지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총 550㎞의 거리 중 413㎞를 걷고, 413명의 인터뷰와 투표참여 메시지를 받으며 국토 종단을 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유능한 정치인들이 당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벌써부터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선보다 더 어려운 도전일 수도 있지만, 선거라는 제도를 이용해 ‘투표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