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체조경기장에 제 자리 하나 없겠어요. 그리고 없었다(사진=옥션티켓 화면).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빅뱅콘서트 ‘BIGBANG WORLD TOUR [MADE] FINAL IN SEOUL!’ 예매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2일 1차 예매 10여 분만 매진, 3일 2차 예매 6분 만에 매진 소식에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3차 예매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직접 예매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란 듯이 성공해 일본에 있는 빅뱅 열혈팬인 지인에게 자랑할 요량이었죠. 지난달 모 걸그룹 콘서트 티켓팅도 무리 없이 성공한 바 있는 저였습니다. 왕년에 수강신청을 대리해 본 경험을 이번에 되살려 보기로합니다.
오후 8시 십오분 전, 경건한 마음으로 티켓 예매처인 옥션티켓을 접속해 봅니다. 아이디와 비번을 확인하고 결제 지연을 막기 위해 필요한 플러그 등을 미리 깔아둡니다. 옥션티켓 서버 시간을 확인하라는 디테일한 조언도 있었으나 “디테일에 신경 쓰다보면 큰 맥락을 놓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무시합니다.
예매 서버 오픈 1분 전, 미리 열어둔 크롬과 익스플로러, 그리고 스마트폰 옥션앱은 고요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서버가 열리고 나서도 계속 고요합니다. 크롬은 접속 불가, 익스플로러는 먹통, 스마트폰은 무한 접속 대기 상태,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빅뱅의 ‘뱅뱅뱅’이 플레이됐습니다. 가사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옥션, 이제 최선입니까.(사진=옥션티켓 화면)
난 깨어나 까만 창과 함께
다 뻗어라 다음 나님 차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예매 게릴라
클릭하라 손목이 터지게
다 꼼짝 마라 다 꼼짝 마
오늘 밤 끝장 보자 다 끝장 봐
BANG! BANG! BANG!
빵야 빵야 빵야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끊임없이 광(狂)클릭한 결과, 2분여가 지난 뒤 익스플로러가 조금씩 응답하기 시작합니다. 5분여 만에 처음으로 회차/좌석선택 단계로 넘어갑니다. 눈앞에 지정석 14석이 남아있습니다. 노력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 법, 그렇게 저에게도 한 줄기 서광이 비친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클릭을 해도 좌석선택창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신기루를 본 것일까요. 급하게 재접속해 보니 (당연하게도) 스탠딩 0매, 지정석 0매. 그렇게 예매 시도는 10분여 만에 패배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좌석은 다 어디로?(사진=옥션티켓 화면 캡처)
패잔병이 저만은 아니었습니다. 각종 SNS에서는 팬들의 실패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결제정보까지 다 입력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다는 한 팬의 절규를 접하고 나니 숙연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팬들에겐 이번 빅뱅콘서트가 특별히 애틋합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은 최근 시상식 등에서 “5인조 완전체 활동이 1년 남았다”고 공식 언급하는 등 다소 긴 이별을 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다섯 멤버의 입대 등 현실적인 제약들이 해결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이런 팬들의 마음을 이용하듯 예매 전쟁 이후 푯값을 부풀려 거래하는 또 다른 전쟁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은 아쉽습니다. 한 티켓 판매 사이트에는 제일 앞 0번대 좌석이 990만원에까지 올라왔다더군요. 그 외에도 비공식 티켓판매 사이트에는 정가의 4~5배에 판매한다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팬의 입장에서 암표의 유혹은 강렬합니다. 하지만 명심할 점은 암표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불순한 의도로 예매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순수한 팬의 몫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저 역시 오늘의 실패가 아쉽지만,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남긴 채 빅뱅이 더욱 활발히 활동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김임수 온라인 기자 kimimsu@gmail.com